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의 이미지는 순하고 귀여우면서도 영리한 동물이다. 그래서 토끼는 예로부터 머리가 좋은 동물로 여겨져 왔다. 또 새끼를 낳을 때 여러 마리를 낳는다고 해서 번창과 풍요의 상징이라 여겼다. 그래서 지난해의 아쉽고, 부족했던 일들을 새해에는 토끼의 풍요로운 기운으로 메꿔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토기의 풍요로운 기운으로 올해 이것만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한인사회에 크게 5가지의 숙제를 안기고 싶다. 첫 번째는 한인회관을 만들자. 콜로라도 주 한인회가 3년 만에 어렵사리 통합을 했다. 물론 통합한인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도 해야 하고, 때마다 있는 각종 기념행사도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회관을 만드는 일에 초석을 다지길 바란다. 그동안 한인회는 서로 다투고 영역을 고집하면서 관계자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한인사회에 철저하게 외면당해왔다. 한인회가 신뢰를 잃게 된 이유는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한인회는 수입과 지출에 대한 명확한 공개를 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수 년전 한인회 관련 서류를 요청하니, 불 타버렸다는 어이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한인회의 공금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특히 1997년 한인회관 건축위원회가 십시일반으로 거둔 기금으로 한인회관을 마련했지만, 일 푼도 안낸 인사들이 지난 2006년에 한인회관을 팔아먹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믿었던 노인회관마저 팔렸다. 노인회관 또한 다음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동포사회의 재산임에도 어이없는 소송에 걸려 매각절차를 밟았다. 노우회관도 비슷한 처지다. 가짜 이사장과 가짜 이사들이 모여 노우회관을 팔려다가 주간포커스에 들켜서 팔지도 못하고, 재단으로 이름만 살짝 바꿔서 일년에 한두번 장학금을 준다며 착한 척을 하고 있지만, 이는 노인들을 위한 노우회의 목적에도 맞지 않을 뿐더라 결국 이들의 목적은 노우회관을 매각하는데 있다. 노우회관도 노인들이 용돈 모아 마련한 엄연한 동포사회의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또한 팔아먹겠다는 속셈을 들킨 지 오래다. 이렇게 한인회관과 노인회관은 팔렸고, 노우회관은 간신히 이름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통합된 한인회는 지난 20년동안 닫혀 있는 노우회관을 한인사회와 노인들에게 돌려놓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이마저 팔아먹도록 내버려 둔다면 한인사회에서는 더이상 기금을 모을 수 없을 것이다. 실컷 모금해서 건물 사봤자 또 팔아먹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노우회관을 되찾아 한인과 노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한인사회를 위한 회관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여기에 노인회관의 매각금도 보태지면 좋겠다. 어른들이 동포사회의 재산을 모두 팔아먹었다는 오명만은 후대에 남기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덴버와 인천 직항 노선을 개설하자. 지난 2018년 덴버시는 인천시와의교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었다. 당시 양해각서 체결은 마이클 핸콕 덴버시장이 자매결연을 제안해오면서 성사됐는데, 그는 인천시와의 결연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런데 팬데믹이 터지면서 모든 일이 지지부진해졌다. 사실 10년 전부터 덴버시와 한인사회의 몇몇 리더들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지만, 선뜻 한국 직항 노선을 개설하겠다는 항공사가 없었다. 문제는 항공 운임료였다. 5년전 본지는 직항의 경우, 경유 노선보다 2배의 운임을 지불해야 간신히 항공사 운행이 가능하다는 조사결과를 덴버시 측으로부터 전해 들은적이 있다. 그러나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콘텐츠 등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직항 노선을 추진하기에 적기이다. 동포사회의 의지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올해가 직항 개설의 의지에 동력을 불어넣는 해가 되길 바란다.  


    세 번째는 젊은이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자. 갈수록 세대 차이를 느낀다. 영어권인 차세대와 한국어권인 기성세대간의 대화 단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유명 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한인 2세들이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지만 우리 교민사회는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18년 동안 현장에서 많은 차세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결과 이들이 한인사회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문제 많은 한인회나 말 많은 한인 단체에 동참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얼굴을 익히는 해가 되길 바란다. 우선 한인회나 노인회 등에서 개최하는 구정잔치, 삼일절 행사 혹은 광복절 기념행사에 아들 딸 혹은 손자 손녀들을 동반하는 것으로 차세대와의 만남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네 번째는 스포츠 대회를 많이 개최하자. 스포츠야말로 한인사회를 단합시키는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주간포커스는 테니스대회, 골프대회 등을 매년 주관하면서 한인사회의 화합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인회가 통합되었으니, 한인회가 주축이 되어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겠다. 한인회 외에도 교역자회나 혹은 다른 단체들도 나서서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면, 한인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뜻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건의하고 싶은 숙제는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 전 인기 있었던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시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실패해도 좋다. 무언가 시도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23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