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가 자서전『스페어(Spare)』를 발표하면서 영국이 들썩이고 있다. 해리 왕자가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려졌던 왕실 일가와의 갈등을 낱낱이 공개하면서다. 메건 마클과 결혼했던 해리 왕자는 현재 영국 국왕인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이다. 왕위 계승 1순위는 해리의 형인 윌리엄 왕세자다. 16개 언어로 출판되는 해리 왕자 자서전의 공식 발매일은 오는 10일(현지시간)이다. 그런데 지난 4일 밤 스페인의 일부 서점에서 자서전이 판매됐고, 이 소식을 들은 더선·가디언 등 영국 매체는 스페인판을 입수해 영어로 번역해 5일부터 집중 보도하고 있다. 400쪽이 넘는 자서전에는 논란을 부를 파격적인 내용이 대거 담겼다. 해리 왕자 부부와 형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의 갈등이 특히 화제가 됐다. 해리 왕자는 지난 2019년에 윌리엄 왕세자가 아내 메건 공작부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해서 형과 다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8년엔 메건과 결혼을 앞두고 세인트폴 대성당, 웨스트민스트 사원 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했지만, 윌리엄 왕세자는 본인과 아버지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라고 안 된다며 대신 시골 교회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형수 케이트 왕세자빈과 아내 메건간 동서지간의 갈등도 서슴없이 쏟아냈다. 자서전으로 보면 해리 왕자는 자신이 윌리엄 왕세자의 ‘스페어(예비품)’로 여겨졌다는 생각으로 인해 불만이 쌓였다. 그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찰스 3세 국왕이 고(故) 다이애나빈에게“왕위 계승자(윌리엄)와 스페어(해리)를 낳아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윌리엄 왕세자 방이 더 크고 화려했으며, 윌리엄 왕세자에 대해 사랑하는 형이자 천적이라고 묘사하는 등 형제 사이의 갈등을 다양하게 자서전에서 서술했다. 그는 17세에 나이 많은 여성과 첫 경험을 하고, 코카인과 대마를 흡입한 사실도 공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탈레반 25명을 사살했다고도 밝혔다. 탈레반 정부는 해리 왕자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법정에 회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 여론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해리 왕자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20년 1월 독립 선언 전 70%대였지만 연이은 폭로로 하락세다. 아내 메건의 지지율도 2019년 50%대에서 현재 25%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꾸준히 8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지난 2021년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이번 자서전을 포함해 책 4권을 2000만 달러(약 252억원)에 출간하기로 했다. 왕실은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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