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지옥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치솟으면서 불안감에 빚을 내 집 마련을 한 ‘영끌족’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연 0.5%에 머물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근 3.5%로 급등하면서 변동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인 2020년 1분기 1612조원 정도였던 가계 대출이 2021년 2분기 1800조원을 넘어서고 작년 3분기에는 1871조원까지 늘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영혼까지 끌어다 빚을 내서 집을 샀던 ‘영끌족’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영혼까지 털렸다는 ‘영털족’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며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대출자들의 고통이 더 커졌다. 영끌족이 급증하던 2021년 대출의 77%가 금리가 뛰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 금리 대출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렇게 금리가 급격하게 뛸 줄 몰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12조5000억원 불어난다. 지난 1년여만에 기준금리가 3%포인트 상승했으니 이자 부담이 37조원 넘게 늘어난 셈이다. 2021년 연 2~3%대였던 은행권 주택 대출 금리는 작년 말에는 연 7%대를 넘어서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실제 이자 부담은 더 많이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모와 이자가 동시에 늘면서 지난해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종전 최대였던 2021년(14조5429억원)보다 9%(1조3077억원) 늘었다.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는 이도 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회생 신청자는 8만9965명으로 전년(8만1030명)보다 11% 늘었다. 대출이 특히 많이 늘어난 서울의 경우 증가율이 21%(1만5228명→1만8448명)로 더 높았다. 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액과 소득을 비교해 산출하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00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에는 215를 기록했다. 100이면 버는 돈의 25% 정도를 주택 대출 상환에 쓴다는 뜻인데, 200을 넘었다는 것은 대출받아 서울에 집을 산 사람들은 소득의 절반(50%) 이상을 빚 갚는 데 쏟아붓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품’이 걷히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난방비 등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고통이 더 커졌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5.2%나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라고 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6.1%에 달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3%나 급등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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