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선교회 조완길 목사

    지난해 10월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홍해선교회 한국지부 설립 예배와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대학 시절의 스승이신 이지호 박사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이 박사님은 1973년에 모교의 학장으로 취임을 하셨다. 당시 그분과 필자는 학장과 학생의 관계였기 때문에 교제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박사님을 자주 만날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그분이 개척하신 강서교회의 부교역자로 부임을 하면서였다. 그때 이 박사님을 통해 목회를 배우고 교육의 도전을 받았었다. 필자가 한국을 떠난 후 38년의 세월의 강을 지나 만나 뵙게 된 이 박사님은 90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제지간이였기에 저녁 식사를 한 후 카페에 가서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만남을 통해 이 박사님을 다시 한번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분은 90세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책을 읽고 공부를 하시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 회관에서 노인들과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며 지적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본인이 90년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이야기를 영어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다. 그분은 그런 일련의 사역들을 통해 보람과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  정신의학자 김병수 박사가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내는 구성물이라고 한 말을 이 박사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도 70대에 접어들면서 노후의 행복한 삶을 그려보곤 한다. 일생동안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영광으로 돌려드리고,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사역하고 있는 홍해선교회 일도 과거 무슬림사회에 살면서 강렬하게 느꼈던  빚진자의 의식이 복음을 전하는 재능기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60대 중반이 넘은 아내에게 상담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도록 권유하였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내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노인들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건강과 돈과 취미생활이다. 건강과 돈은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취미 생활은 타인을 위한 재능기부로 승화시킬 수 있다. 아내가 상담학을 공부해서 취미생활로 상담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면 본인의 노후가 보람이 있고, 행복할 것이다. 재능기부는 물리적인 것을 기부하는 것과 다른 장점이 있다.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를 발휘해서 봉사할 때에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재능기부 수혜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부합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 출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독거 노인들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누에는 자신의 배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짓고 10일을 살다가 누에고치를 남긴다. 제비는 자기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들어 집을 짓고  6개월을 살다가 버리고 떠난다.  까치는 나뭇가지를 물어 오고, 볏집을 물어 오는 수고를 반복해서 집을 짓지만 1년을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나님도 없고 이웃도 없이 자기 것을 끝까지 움켜쥐고 살다가 마지막에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불교에서는 전도몽상이라고 했다. 전도 몽상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의미를 부여하다가 의미의 노예가 되고,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도서 기자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전1:3-4) 라고 탄식을 했다. 우리의 영원한 소유는 이세상에는 없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동안 필요한 것을 자연에서 빌려 쓰다가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나그네다(벧전2:11).  그러므로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정말 소유해야 할 것은 물질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이다. 


    어떤 현자는 우리 인생은 바로 “C” 라고 했다. B와 D 사이에 있는 C라는 것이다. 인생은 B(birth)로 시작해서 D(death)로 끝이 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한시도 멈추지 않고 죽음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그래서 고독하고 두려워 떨고 있는 인생에게 하나님은 C(choice)를 주셨다. 우리는 하루하루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 매일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서 내가 선택하는 것이 나의 삶과 미래를 결정한다. B에서 D로 가는 인생은 먼저 선택이라는 C를 통해 보람과 행복한 삶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 다음은 Change라는 C를 통해 Chance를 얻게 된다. 기회(chance)는 오직 자기 의지로 선택하고 변화될 때에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가  없으면 기회도 없고 성공도 없다. 생각이 변하면 말이 변하고 말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은 습관과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B에서 D로 가는 인생에서 선택의 C는 변화의 C를 요구하면서 도전이라는 C(challenge)를 통해서 기회와 성공을 얻게 되는 것이다. B에서 D로 가는 인생 종착역에 서 계신 102세의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님이 지금도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시듯이 D(Death)를 D(Dream)로 바꾸어 사는 사람은 아름다운 음악을 품고 있는 CD가 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필자는 90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시고 있는 이지호 박사님을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튜브에서 이지호 박사를 크릭하면 그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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