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로라 시청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이 있었다. 총영사를 비롯해, 연방하원의원, 시장, 경찰서장, 시의원 등 정계인사들과 한인사회 지역인사들이 참석해 메달의 의미를 더했다. 90세가 훌쩍 넘은 참전용사들은 거동이 불편해 메달을 받으러 나가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애국가가 불리는 동안 손바닥을 곧게 펴고 거수경례로 자리를 지켰다.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런데 문득 이 곳 한인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노랑머리에 파란눈동자를 가진 외국인도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쳤건만, 어째 우리는 가만히 있는 재산도 못 지킨단 말인가.      


    노인회관이 매각된 지 5개월이 지났고, 관련 공청회가 흐지부지 끝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공청회는 응당 매각과정을 알리고, 매각금과 잔액을 공개하여, 앞으로의 사용처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노인회는 잔액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버텼고 공청회는 파행에 이르렀다. 노인회는 크게 세가지의 이유로 끝까지 매각금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첫 번째는 총무 문홍석씨가 공청회 즈음 코로나에 걸려 서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공청회 참석자들이 회관을 매각하게 된 재판에 연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인회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노인회가 하는 일에 트집만 잡는 동네 잡지들 앞에서 매각금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공청회는 2~3주 시간을 주면 주간포커스에 내역을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소식이 깜깜하다.


     노인회관은 지난 2007년 8월에 고 강종모 회장이 주축이 되어 구입한 건물이었다. 비록 주택용도의 건물이었지만, 구입 후 10년간은 설날, 삼일절, 어버이날, 광복절, 추석, 생일잔치 등 120여 차례의 행사가 왕성하게 열렸다. 그리 넓지 않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회관 구입 이후 노인회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세 명으로 집약된다. 강종모, 문재만, 조석산 전 회장이다. 강종모 전 회장은 노인회의 초석을 다졌고, 문재만 회장은 노인회의 번성을 이루었으며, 조석산 회장 때부터 분란의 징후가 보였다. 고 강종모 회장은 한인회와의 재판을 마치고 변호사비를 아껴 남은 돈으로 이 노인회관을 구입해 노인회의 건재함을 알렸고, 다음 회장이었던 문재만 회장은 2010년부터 5년간 19대, 20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기존의 명절 행사와 기념식 외에도 매년 컴퓨터교실을 열었으며, 고국방문단도 모집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회 전용 차량까지 구매해 그야말로 노인회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문 회장이 일신상의 문제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이연길 씨가 21대 회장에 선출되었지만 중도하차하면서 남은 임기는 윤석훈 대행체제로 이루어졌고, 22대 신임회장 후보에 조석산씨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노인회 파국은 이즈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당시 노인회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나이’ 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들의 자격’에 관한 것이었다. 회장 단독후보로 나선 조석산(당시 57)씨의 나이가 문제가 되면서, 조씨를 지지하는 제22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강종모)와 그의 반대 세력으로 노인회는 극명하게 대립하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조석산씨가 2016년 1월, 22대 노인회장이 되었다. 어찌보면, 그보다 노인회에 애착을 가진 이도 드물 것이다. 한인회와 재판을 하면서 노인들의 라이드에서부터 20여년간 노인회의 잡일을 도맡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회장 선출과정에서 노인들과 마찰의 골이 깊어졌고, 오래된 건물 보수와 수입 부족으로 노인회관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자 회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음 회장이었던 문홍석 회장 때에는 회관 대신 식당이나 외부 공간에서 행사를 치렀고, 회관 마당에 개인적인 물건을 쌓아두거나 불법으로 렌트를 놓아 회관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노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만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회관을 엉망으로 사용하고 있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문홍석 회장과 조석산 이사장에게 불만을 가진 일부 노인들과 모략 세력들이 주정부 웹사이트에서 노인회 등록정보를 임의대로 바꾸고, 노인회 계좌 또한 막아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회는 법적 대응을 시작했고, 변호사비를 해결하지 못하자 회관이 통째로 날아가게 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법정 소송비용으로 인해 한인사회의 재산을 날렸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한인회관도 그랬고, 노인회관도 그랬고, 노우회도 회관으로 들어오는 렌트비와 보조금으로 소송을 남발해왔다. 특히 현재 진행형인 노우회는 가짜 이사들이 몰래 회관을 매각하려다 주간포커스에 들통나 매각에 실패, 2017년도에 9천여불과 2021년에 2만불 이상을 바비 김 개인 소송비용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고, 지금도 정신을 못차리고 공금으로 개인적 소송을 일삼고 있다.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지 15년 만에 노인회관도 팔렸다. 그리고 이 중간에 노우회관 또한 팔아먹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답시고 행사 때마다 거들먹거렸던 이들은 한인 재산을 지키기는커녕 팔아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필자는 노인회관이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인회관이 매각되었을 때보다 더 격한 배신감을 느꼈다. 한인회관을 팔아먹고 노우회관까지 팔아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필자는 어리석게도 노인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노인회는 어느 단체보다 지금까지의 한인회와 노우회의 비리를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을 비난했던 당사자였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한인회와 노우회를 비난했던 노인회였기 때문에, 이번 노인회의 회관 매각은 “내가 회관 팔면 이유있고, 남이 팔면 비리”라는 식의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될 수밖에 없다. 궁색한 변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빠른 시일내에 매각과정, 매각금, 매각 후 사용내역, 잔액 등을 공개하길 촉구한다. 더불어 노인회는 돈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노인회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의 후원금까지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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