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믿음은 순서의 힘이다” 마태복음 6장 31절~34절

    제가 존경하는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가셨지만 한의원을 하셨고 아주 온유하신 장로님이셨습니다. 한 번은 어린이 주일을 맞이해서 아동부 설교를 부탁 드렸습니다. 아주 흔쾌히 허락 하셨지요. 저는 속으로 힘드실텐데 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장로님이 앞에 나가시자마자 아이들이 조용해졌어요. 왜요? 장로님이 뜬금없이 옷을 벗으시는 겁니다. 옷을 벗으시는 걸 보던 아이들이 킥킥 웃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옷이 뒤죽박죽이예요. 와이셔츠를 입고 그 위에 속옷을 입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저거 보라고, 킥킥, 웃었어요. 그때 장로님이 입을 여셨어요.
“여러분, 순서가 바뀌니까 이상하지요?”
그리고 오늘 성경 말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
“어린이 여러분, 주일은 꼭 지키세요. 이게 먼저 예요. 먼저 할 것을 먼저 하면 하나님이 꼭 지켜 주실 거예요. 끝까지 잘 지키세요. 이상 끝”
아마도 40여년도 더 지난 일인데, 장로님의 설교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는 명설교였다고 생각하지요. 성도 여러분, 믿음은 순서의 힘이예요. 순서의 힘을 가진 믿음은 심지가 견고하지요. 순서의 힘이 있어야 믿음으로 이겨요. 순서의 힘을 가진 믿음이라면 의심도 갈등도 넉넉히 해결할 수 있어요. 세상이 내 생각대로 되나요? 그런 문제를 만나더라도 온유한 마음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괜히 화가 나요. 괜히 미워져요. 그가 싫어져요. 원망? 불평이? 짜증이? 그건 순서의 힘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순서의 힘이 깨졌다는 것은 저 사람을 보고 나를 봤다는 뜻이지요. 하나님을 보고 저 사람을 봐야 하는데요. 나를 보고 저 사람을 보니까 감정이 상해요. 기분에 사로잡힐 위험이 커져요. 믿음으로 살지 못해요. 믿는다고는 하지만 순서가 깨지면 삶은 엉망이예요. 대표적인 예가 사울왕입니다. 사울왕은 외모가 출중했지요. 효자이고 신앙심도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겸손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 뜨리고 돌아올 때 여인들이 부른 노래 소리에 순서의 힘이 깨지고 말 았습니다. 그 이후로 사울왕은 다윗을 미워했고 죽이려고 하다가 인생을 마감하고 말았지요. 사울왕은 순서의 힘이 깨진 것을 알면서도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점점 나빠지는 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40년을 살아온 여정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순서의 힘을 훈련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첫째는 구름 기둥입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무조건 구름 기둥을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둘째는 아침마다 만나를 거두는 일입니다. 무조건입니다. 아침이면 만나를 거두어서 하루를 시작하게 훈련시키신 것이지요. 셋째는 손목에도 문주방에도 말씀을 붙여 놓고 확인하는 일입니다. 광야 40년 동안 순서를 훈련시키셨던 것이지요. 우리가 자녀들을 가르칠 때에도 순서를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요. 식사를 할 때,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라. 아빠, 엄마가 수저를 든 후에야 수저를 들어라. 무엇을 받을 때에는 두 손으로 받아라. 감사합니다 해라 등등. 순서를 아는 것이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혜가 되는 것이니까요. 혹시 내 자신에 대해서 실망이 들어올 때, 그래서 열등감에 빠질 때에도 깨달아야지요.
‘아하, 내가 순서의 힘을 놓치고 있구나. 하나님을 보고 나를 보면 나는 천하에 소중한 존재인데, 문제를 보고 나를 보니까 답답해지는구나.’
하나님을 보고 나를 보면 나는 존귀한 존재일 뿐 아니라 거룩한 성전인데요. 요즈음도 저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새치기하는 사람들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빵빵하는 분들을 보면 십자가부터 생각하지요. 이게 나를 지키는 순서니까요. 십자가를 보면서 참아야지요. 주님이 그렇게 나를 참아 주셨으니까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40년 동안 훈련했던 일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면서 훈련해야할 영적인 일들이지요. 언제나 주님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언제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언제나 십자가를 바라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순서의 힘이 있는 믿음, 그래서 심지가 견고한 믿음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 철이 들었구나!

종종 아내로부터 아이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지요. 엄마와 아이들이 밀착해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이니까요. 언젠가 토요일 아침에도 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아이들 어렸을 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정말 저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아내는 기가막히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둘째 딸 아이가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일 겁니다. 둘째라서 그런지 명랑하고 활달하기는 한데, 덤벙거리기도 하던 시절입니다. 뭔가 잘못하니까 지 엄마가 매를 댔어요. 몇 대 따끔하게 매를 댔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울면서, 서럽게 울면서 엄마에게, 이렇게 따지는 겁니다. 엄마를 가르치면서 말입니다.
 “엄마,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지?”
 “그래, 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면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 맞지.?”
“그래,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이지,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
아직도 화가 덜 풀린 아내가 소리를 질렀답니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둘 째, 초등학교 3학년 짜리 입에서 이런 훈계 아닌 훈계가 흘러 나왔습니다.
“엄마, 그러면 학교 선생님이란 사람이, 자식이 잘못하면 살살 가르쳐서 고치게 해야지, 살살 가르쳐서 깨닫게 해야지, 이렇게 아프게 때려서 울게 해서 고치게 하느냐고. 선생님이 그러면 되느냐고. 학교 선생님이 그러면 되느냐고.”
  그러면서 또 서럽게 울어 대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요즘은 그럽니다.
  “엄마, 내가 엄마한테 매를 맞아서 그래도 이만큼 잘 컸지,”
  저는 속으로 ‘이제 철이 들었구나.’하지요.
  아내는 그저 덤덤히 듣고 있지만 속으로는 무척 흐뭇했을 것입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우리 모두 부모님의 아픔과 깊은 사랑으로 사람이 된 걸 잊지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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