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제가 한국나이로 칠순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1964년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내년이면 교회다닌지도 60년이 됩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이 되도록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시던 권사님이 새벽예배 드리고 귀가 중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남들을 위해 봉사를 많이 하시는 장로님의 아들이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아주 많은 유사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누구라도 비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이 형통하게 사는 것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2000년도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목회자가 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저의 고민은 위와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설교를 한다는 점입니다. 즉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선하게 살라고 설교하는 것에 대한 고심이었습니다.  어느날 이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차원(?)이 달라지면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의 노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노를 만드는 노력입니다. 다른 하나는 돛을 만드는 노력입니다. 전자는 노를 젓는 사람의 노력에 성과가 비례합니다. 후자는 사람의 노력이 아닌 바람에 따라 성과가 달라집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들이 있습니다. 이 종교들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력종교이고 다른 하나는 타력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두 가지 분류방법에 따라 분류한다면 타력종교에 해당합니다. 즉 자신의 노력으로 구원(천국)에 이를 수 없고, 타력(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젊고 능력있는 사람들은 타력종교인 기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은 거지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이들은 공로없이 믿는다는 것만으로 쉽게 천국에 간다는 것이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천국에 가는데 힘든 조건들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예를들어 30년이상 교회 출석자, 박사학위 소지자, 재산이 10억불 이상인자, 키가 180cm이상인자라는 조건을 제시했다면 누가 천국에 가겠습니까? 저는 누구라도 예수님을 믿는 자마다 천국에 갈 수 있는 기독교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위에서 비유했던 노젓는 배와 돛단배를 종교에 적용해 보았더니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노젓는 배는 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갈 수 있습니다. 빠르게 가고 싶으면 노를 빨리 저으면 됩니다. 그러나 먼곳을 가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돛단배는 가고 싶어도 바람이 불어야 갈 수 있습니다. 언제 바람이 불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불지 모릅니다. 그러나 먼곳까지 갈 수 있습니다. 바람에 의해 가기 때문에 지치지 않습니다. 낚시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종교들은 이세상의 삶이 끝나면 ‘다음 세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음 세상’은 영원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이 유한한 노력으로 영원한 ‘다음 세상(천국 등)’에 갈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돛단배처럼 내 노력이 아닌 바람(하나님)의 힘으로 가기 때문에 먼 곳(천국)까지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처음 교회에 다닐 때 은혜를 받았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은혜를 받았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이 잘되었을 때 누구의 은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은혜받았다는 말이 피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성경은 우리가 천국에 가는 것은 은혜로 간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선물을 믿음으로 받으면 천국이 우리에게 임한다는 것입니다. 돛을 만드는 사람은 바람이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바다에는 바람이 분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돛을 만드는 사람은 바람이라는 선물을 돛(믿음)으로 받는 것입니다. 교회를 다녀도 많은 분들이 하나님의 선물을 받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일을 하는 것을 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고 자신처럼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게 됩니다. 노젓는 신앙생활은 여유가 없는 것을 봅니다.


    노젓는 사람들은 돛단배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바꾸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환경이 좋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환경이 변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단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환경이 좋게 바꾸어지고, 길이 열리는 것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걸작품(엡2:10)으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믿는 자에게 천국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값없이 은혜를 베푸신 이유는 돛단배를 타게 해주었으니 노를 젓지 않아도 되니까 선한 일을 행하라는 것입니다.


    선한 이는 하나님 한 분뿐 이십니다. 선한 일은 하나님의 일입니다. 선한 일은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제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격려하는 일이고, 둘째는 기도하는 일이고, 셋째는 전도(선교)하는 일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공통점은 돈이 들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다 말로 하는 일입니다.  세상은 모든 것이 변합니다. 변하기 때문에 재미도 있지만 불안합니다. 인생 후반전에 이제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남는 것이 사진이라고 하지만 제 사진도 보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추억뿐이었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과 추억만들기에 빠져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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