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장로교회 김병수 담임목사

    오늘은 한국에 있는 저의 어머니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지난 4월에 한국을 방문하여 어머니를 만나고 왔는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 저의 미래도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88세의 노모이십니다. 작년에 뵈었을 때보다 더 수척하고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몇 년 전에 꼬리뼈를 다쳐서 잘 걷지를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합니다.  걷지를 못하게 된 이후로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저의 형님과 간병인이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낮에는 주간보호 센터에서 아침에 어머니를 모시고 갑니다. 그곳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지내다가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면  형님이나 간병인이 어머니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한국도 복지 제도가 아주 잘 갖추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더 악화되고 가족들이 더 이상 어머니를 돌보기 힘든 시기가 오면 요양 병원으로 모셔야 할까봐 자녀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님은 “어머님이 아직까지 가족을 알아보고 잘 버티고 계시는데 집에서 모시면서 조금 더 견뎌보자” 라고 합니다. 


    저의 형님은 고등학교의 교목인데, 학교에 출근해 여러 사역을 감당하면서도 일주일에 며칠을 어머니를 돌보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어머니를 위해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과 전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잘 돌보지 못하는 저에게 형님이 원망의 소리 한 마디 할 법한데 그런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너무나 헌신적으로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형님의 딸인 조카가 결혼을 했습니다. 형제들, 친지들, 조카들이 모였는데 온 가족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축하하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렸습니다. 


    온 형제와 가족이 화목한 가정이 된 데에는 저의 어머니의 희생과 신앙의 영향이 너무나 큽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매일 새벽 기도를 참석했습니다. 새벽 4시 반이 되면 새벽 기도를 가기 위해 집에서 출발하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 쏟아지는 잠을 참으면서 바깥 대문을 잠그러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기도할 때 “사나 죽으나 우리는 주님의 것이오니 우리의 삶을 주님께서 붙들어 주시고 우리가 주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 라고 기도하십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신앙의 영향 때문에 5남매는 다 신앙의 사람이 되어서 각 자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섬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5남매 형제들 가운데서 자녀들이 태어나고 또 손자들도 태어나서 큰 가족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 때 맺어지는 열매가 얼마나 큰지를 어머니의 삶을 통해서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겨자씨 비유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는 작은 겨자씨와 같은데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 30 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너무 많이 희생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너무 참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들의 희생을 통해서 맺어지는 아름다운 열매들을 보면 기꺼이 참고 희생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 있는 저의 여동생이 저보다 먼저 와서 어머니를 몇 주간 돌보고 있었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여동생에게 얼마의 용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님이 휠체어를 타고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용돈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용돈을 드릴려고 하는데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게 작은 가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그 작은 가방마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데 불편했는지 가방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용돈을 드릴려고 해도 어머님이 보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의 마음이 참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젊었을 때는 가난한 목회자로서 돈이 없어서 용돈을 못 드렸습니다. 


    지금은 얼만의 용돈을 드릴려고 하니 어머님이 용돈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매달 어머니 용돈을 책정해서 형님에게 보내드리기는 하지만 어머니 손에도 쥐어 주고 싶은데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니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님들이 걸어다니시고, 용돈을 받을 수 있으면 용돈도 많이 드리고, 좋은 데도 많이 데리고 가십시오. 부모님들이 걸을 수 없는 때가 오고, 용돈을 받을 수 없는 날이 옵니다.” 라고 했더니 많은 성도님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참 이것이 인생이구나. 다 주고 가는 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인생을 보면서 저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믿음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참 힘들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노년의 삶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을 바라볼 때,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신앙으로 견디는 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한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서 맺어지는 놀라운 열매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정과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더 큰 사랑과 희생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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