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정국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

    한국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결국 폐기되면서 정국은 더 얼어붙었다. 다수의 쟁점 법안에 대해 앞으로도 같은 장면이 ‘도돌이표’처럼 연출될 가능성이 커 꼬인 정국은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차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돼 폐기됐다.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조항을 분리하는 내용을 두고 의료인 내부 직역 간 갈등을 부른 해당 법안은 여당 반대 속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이날 폐기돼 사라졌다.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 똑같은 절차에, 똑같은 결과다. 거야의 법안 강행 처리와 여권의 재의요구 건의 그리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야당에 의해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거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 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두고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이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장악하려는 악법이라고 보고 있고,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라는 것이다. 거야(巨野)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행보가 ‘거부권 정국’을 유도해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서도, 이 때문에 ‘악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행정 독재’로 규정하고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수록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향한 민심이 악화할 것이라는 계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