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살 대통령·아흔살 의원

    미국 정계에서 정치인 고령화를 둘러싼 '불편한'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이같은 쟁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강 구도를 달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올해 80세, 77세라는 점에서 이미 불거졌다. 그런데 최근 의회에서 일부 고령 의원의 다소 우려스러운 모습이 노출되면서 미국 정계의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올해 81세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TV 카메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갑자기 모든 동작을 멈춘 채 20초 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며 '얼어붙은'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앞서 몇 달간 건강 문제를 겪은 바 있다. 그는 동료 의원들과 보좌진의 도움으로 자리를 벗어났다가 잠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자신의 직무를 계속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8일에는 올해 90세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는 의회 상임위 투표에서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해야 할 때 돌연 법안 낭독을 이어갔으며, 보좌진의 귓속말을 들은 뒤에야 '예'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의회 의원의 평균 연령은 58세에 달한다. 상원의 평균 연령은 64세로 하원 57세보다 훨씬 높다. 상원의원 100명 중 68명은 60세 이상이다. 이에 따라 유권자는 물론 정치인 사이에서도 '몇살까지 공직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고 NYT는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유고브(YouGov)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여명 중 과반이 선출직 공무원의 연령 제한에 찬성했으나, 구체적으로 몇살까지 제한할지에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만약 상원의원 상한을 60세로 한다면 상원의원 중 71%가, 70세로 한다면 30%가 각각 의원 자격을 잃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노스다코타주에서는 한 보수 성향 활동가가 임기 말까지 81세가 되는 것을 기준으로 의원직을 제한하자는 청원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는 퇴직 연령이 있지만 유독 의회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NYT는 짚었다. 정치인 한명이 은퇴하면 보좌진을 포함해 수십명이 한꺼번에 실직할 수도 있는 '상호 의존적' 관계도 변수 중 하나다.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짐 맨리(62)는 "의회는 거품 안에서 살 수 있는 따스한 곳"이라며 "손짓으로 직원을 부를 수 있고, 항상 누군가 문을 열어 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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