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이탈리아 정부는 시중 은행들의 '초과 이윤'에 40% 세율의 일회성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덕에 가만히 앉아 막대한 추가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과세권이 미치는 자국 은행에 국한된 조치였지만 파장은 컸다.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유럽 증시가 한꺼번에 휘청거렸다. 이탈리아를 넘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은행 횡재세 도입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주요 은행주들의 동반 하락을 이끌었다. 횡재세(Windfall Tax)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게 느껴지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도입돼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회계법인 KPMG와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월 이후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된 사례가 30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폭등 덕분에 에너지 기업의 이익이 폭증한 것을 경영 외적인 '횡재'로 본 것이다. 최근에는 고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권도 횡재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가 지난 7일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은 이미 은행에 횡재세를 징수하고 있다. 라트비아도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횡재세는 에너지와 금융 이외 분야에도 적용 분야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헝가리에서는 보험회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은 물론이고 제약업계에도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익을 거둔 식품 유통업체로부터 33%의 횡재세를 걷겠다고 발표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기준 3억쿠나(약 5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보고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했다. 불가리아 역시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를 계획 중이다. 횡재세 부과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기업들이 사업 성과가 아닌 일반 대중의 희생을 통해 초과 이윤을 거뒀다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를 재분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지만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은 불균형한 조치"라며 "(필요하다면) 횡재세를 또 부과할 것이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은 유럽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횡재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한 위기를 두고 기업들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초과 이윤에 대한 세금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세 제도의 항구적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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