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라! 로마서 12장 9절-13절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길가에 핀 꽃을 가져왔습니다.
“선생님, 이 꽃 이름이 뭐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처음 보는 꽃이어서 이름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글세, 모르겠는데? 내가 알아보고 내일 알려 줄게.”
1학년 아이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아빠에게 여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빠는 식물학 박사이어서 다 아실테니까요.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아빠는 꽃을 보고 글쎄,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겁니다. 아이는 또 충격을 받았지요.
'식물박사인 아빠도 모르시다니?’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부르셔서 그 꽃 이름은 이러하고 특징도 자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이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역시 선생님이 최고구나.’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이의 아빠가 어제 밤 전화로 선생님에게 그 꽃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셨던 겁니다. 아이의 아빠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해야 내 딸의 학교생활이 행복해진다.”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발전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선생님 존경입니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말라. 선생님을 존경해야 한다, 선생님의 말씀에 잘 순종해라. 심지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선생님한테 혼났어 하면, 예전의 부모님들은 아이를 책망했지요. 니가 뭘 잘못했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선생님이라면 절대적인 존재였어요. 그런데 요즘 들리는 소식을 보면 이게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이건 정말 심각해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지면 큰일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미래가 어둡습니다. 아니 나라의 앞날이 캄캄해집니다. 우리 믿는 이들부터라도 자녀손들에게 선생님을 존경하기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기초입니다. 이걸 배워야 나중에 사회 나가서도 다른 사람을 존경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오늘 성경은 좀 이상합니다.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라.” 존경은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하는 것으로 아는 데 오늘 성경은 서로 먼저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튼튼해지기 때문입니다. 서로 먼저 존경할 줄 안다면 그 교회는 점점 힘을 얻을 것입니다. 가정도 각 기관도 마찬가지지요. 그럼 서로 먼저 존경하라는 말씀 속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 있을까를 묵상해 봅니다. 먼저, 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 저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저 사람은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높여야지요. 그러니 존중해야지요. 여기 미술 작품이 있습니다. 누가 감상하다가 ‘야, 그림 참 잘 그렸다.’하면 그림을 그린 작가를 칭찬하는 일이지요.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만나는 이를 위해 주님이 십자가에 죽으셨어요. 그만큼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를 높여야지요. 그를 높이는 것이 주님의 기쁨임을 안다면, 서로 먼저 존경해야지요.


    둘째,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하려면 언제나 장점부터 찾아야지요. 좋은 점부터 찾고 칭찬하고 격려해야지요.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 법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찾아서 존경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탕자가 돌아옵니다. 아버지가 그를 환영합니다.  오직 한 가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을 보시고 탕자의 모든 허물과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예배의 자리에 왔다는 것 하나를 보시고 이렇게 기뻐하시는 주님을 기억할 것입니다. 누굴 만나든지 무조건 입니다. 좋은 점부터 찾고 높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은혜요 사랑이니까요. 셋째,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함정이 있습니다. 비교하는 일, 계산하고 따지는 일입니다. 비교하면 불행해집니다. 은혜가 떨어지면 따지고 계산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하나님이 주신 분깃이 있습니다. 그 분깃대로 성실하게 살면 되는 것이지요.


     넷째,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하라는 말씀은 먼저 표현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현해야 완성이니까요. 내가 먼저, 그리고 서로 먼저 상대방을 존경할 수 있다면, 가정은 화목한 천국이 될 것입니다. 교회는 주님을 만나는 현장이 될 것입니다. 기도합니다. “오늘 누굴 만나든지 내가 먼저 그를 존경하고 칭찬함으로 주 안에서 행복한 하루되게 하소서.” 

 

◈행복한 사람의 입 속에는?

그의 아버님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술, 담배도 못하는 분이었습니다. 평생 허름한 작업복에 언제나 성실하게 살아간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집안은 가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는 사춘기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가난할까?'
   '왜 우리 아버지는 그럴 듯한 양복 입고 돈 좀 많이 벌어 오지 못하시는가?'
  다른 아이들이 유명한 운동화를 신고 이름난 옷들을 걸치고 다니는 걸 보면 늘 주눅이 들었습니다. 모든 불평은 아버지께로 향했습니다.
   '나도 과외하면서 공부할 수는 없을까?'
  집 안의 모든 게 싫었습니다.  드디어 고등학교 시절 가출을 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가출 생활은 하루 하루가 고달팠습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아버지가 찾아 오셨습니다. 친구들을 통해 수소문 하신 겁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붙들고 몇 마디를 던졌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다 안다. 아버지가 무능해서 미안하다. 그런데 네가 그러면 엄마 마음이 너무 아파."
 아버지의 눈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씀에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 왔는데 퇴근하신 아버님은 뜻밖에 잔뜩 술에 취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술 한 모금 못하시던 분이셨는데,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눈물과 미안하다는 말씀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그 길로 야간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이제 군대에 가 있습니다.  훈련을 받으면서 힘들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울컥 울컥 올라 왔습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절대로 아버님을 실망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사내 녀석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눈물로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의 입 속에는 미안하다는 말과 부족하다는 말이 살고 있다고,‘내가 부족해서 미안하다.’이 말이 자녀들의 마음은 녹이는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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