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포커스 신문을 창간하면서 많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창간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집도 날렸고, 차 값 페이먼트도 못 내 차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페이먼트는 고사하고 자동차 기름도 가득 넣어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포 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 칭찬은 두배로, 잘못된 일은 과감히 노출시키고  정론의 길을 걷고자 나름 노력했다. 그래서 지난 17년간의 평가는 우리 독자들의 몫으로 오롯이 남기고 싶다. 
  815번째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포커스의 시작은 아주 미비했다. 덴버 한국일보사에서 쫓겨난 후 2천불로 시작한 포커스였다. 당시 한인타운에는 9개의 한인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2006년 9월 첫째주에 80면으로 시작했던 포커스는 이제 인쇄소에서 스태이플로 찍을 수 있는 최대지면인 136면까지 늘려 발행되고 있다. 24년전‘뉴미디어 시대의 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신문의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을 당시만 해도, 인쇄신문은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그 예견을 뒤짚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인쇄신문은 여전히 살아있어 다행이다. 
   주간포커스는 그동안 다방면에서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창간하고 3년 후 앞뒤 재지 않고 일단 웹사이트 제작부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콜로라도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한인 신문사가 없었다. 그래도 밀어붙였고, 웹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전자신문도 발행, 4년 전에는 앱도 출시했다. 또,  중앙일보와 제휴한 인터넷 쇼핑몰 <핫딜 콜로라도>는 품질좋은 한국 제품으로 인해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인 업소록 역시 발행을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5년이나 되었으며, 한인사회에서 유일하게 발행되는 업소록으로 굳게 자리잡았다. 특히 여행자나 타주 한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 부록편이다. 콜로라도의 꼼꼼한 여행정보와 각종 생활정보는 전문가에 의뢰해 내용을 정리하고 번역한 특화된 내용으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귀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업소록을 발행하겠다는 매체들이 더러 있었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광고비를 떼인 업체들도 많았다. 그리고 청소년 문화축제와 동요대회, 교육세미나, 건강검진행사, 요리 강연회, 영사업무, 청소년재단 설립, 테니스 대회, 코로나 19백신 접종 클리닉,  마스크 무료 배포, 한국 정치인 특별강연, 골프대회 등 콜로라도 한인커뮤니티를 위한 행보는 매년 이어졌다.  
   필자는 덴버 한국일보에서 2년, 주간포커스를 17년, 이렇게 19년을 덴버에 살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 칭찬에 박하고, 시기 질투에 강한 이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주간포커스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한번은 필자가 영주권이 없고, 학력도 위조라는 광고가 타 신문사에 실렸었다. 이 바람에 영주권과 성적증명서, 학위증명서까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 해명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또, 어느 한인회장은 포커스가 자신의 비리에 대해 조사를 하자 필자가 바람이 났다는 둥,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 편지를 만들어 한인타운에 뿌린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언론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한 판사가 고소인에게 달랑 1달러를 주라는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던진 케이스가 있었는데, 모든 재판비용을 포커스가 물어줘야 한다는 황당한 소문으로 둔갑되었는가 하면, 골프대회에서 최저타를 치지 못해 아예 챔피언이 될 수 없었던 선수에게 챔피언을 주지 않았다는 허무맹랭한 말도 지어졌다. 지난 17년간 이처럼 하나하나 반박하기도 무색한 가짜뉴스들로 포커스의 신뢰도를 폄훼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교민들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불량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간포커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본연의 일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은 지적하되, 즐겁고 유익한,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배로 추가해 실었다. 청소년 축제와 동요대회를 개최하며 ‘포커스 키즈(Kids)’로 자라난 2세들이 5백여 명이 넘는다. 또, 단순히 지면만 채우는 무미건조한 기사 대신 세번, 네번 교정을 보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정성과 논리, 글의 품격을 담기 위해 한 주도 빠짐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제는 타주에서 방문한 사람들로부터도 잘 만든 신문이라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데’라는 말이 있다. 잘 나가는 사람, 그것도 자신의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불행해졌을 때 드는 오묘한 쾌감을 일컫는 독일어다. 우리 조상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로 이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모짜르트>에서 궁중악사 살리에르는 젊은 모짜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그를 정신적인 궁지에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모짜르트를 죽인 후 그는 후회와 자책,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모짜르트를 시기했던 것은 잠깐이지만, 그 시기심을 이기지 못한 대가로 살리에르는 평생을 모짜르트의 그늘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다 죽는다. 이러한 시기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그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과 환경, 성향,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당연히 처한 조건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고,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다르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나는 그들이 아니고, 그들도 내가 아니다. 그들의 성공을 내가 꼭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의 성공과 나의 행복의 기준은 타인의 그것과 다르다. 사촌이 산 땅이 부럽다고 해서, 그 땅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에게는 숲이 혹은 바다가, 혹은 도시의 작은 집이 더욱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이룬 것 말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포커스도 포커스다운 것에 더욱 집중하겠다.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태야 할지도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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