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 북동부 ‘하이 아틀라스’ 산맥에서 8일 밤(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해 숨진 희생자가 2천901명으로 늘었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2일 내무부가 이날 오후 1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천901명이 사망하고 5천530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오후 7시 현재 기준 집계치보다 사망자는 39명 늘고, 부상자는 2천968명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대부분인 2천884명이 매몰돼 숨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재난 발생 이후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넘긴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 전망이다. 첫 지진 발생 후 규모 4.9를 비롯한 여진이 수백 차례 뒤따랐다. 수도 라바트에 거주하는 박재용 모로코 한인회장은 “8일 밤 11시쯤 지진이 발생했을 땐 가재도구가 떨어질 정도로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며 “경찰이 긴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안내해 모두 뛰어나와 긴장 속에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다행히 여진을 거의 느끼지 못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 등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모로코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360여 명이다. 10일 현재까지 교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마라케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승곤씨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진이 난 직후 가족과 집 밖으로 뛰쳐나와 차 안에서 잤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갔더니 내벽에 금이 가 있었다”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이가 집이 내려앉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공원에서 노숙하며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여러 면에서 사망자가 6만 명에 육박한 올 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규모 7.8)과 닮은꼴이다. USGS와 모로코 국립연구소를 종합하면 이번 지진의 진원은 지표면에서 18.5㎞ 아래로 비교적 ‘얕은 지진’이었다. 지난 2월 튀르키예 강진 때는 첫 지진 진원은 지하 18㎞였고, 곧 이은 여진(규모 7.5)은 10㎞에서 비롯됐다. 지표면과 가까울수록 흔들림이 커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8일 지진은 북부 해안도시 카사블랑카와 수도 라바트에서도 느껴졌으며, 대서양 건너 포르투갈에서까지 진동이 감지됐다. 한밤중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도 비슷했다. 모로코 국영 매체 2M에 따르면 알 하우즈주 산골마을은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로 연결돼 있어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고봉이 약 3962m에 이르는 험준한 산간 지대다. 중장비가 아직 닿지 않은 산골마을 주민들은 맨손으로 흙더미를 파헤쳐 가며 가족과 이웃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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