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정치판에서는 고령 논란이 뜨겁다. 정신감정을 해야 한다거나 아예 선출직은 모두 나이를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논란이어서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베이비부머 세대(59~77세)가 66명, 침묵의 세대(78~95세)가 8명으로 평균연령은 65세이다. 의원 상당수가 초고령에 접어든 것이 미 연방  상원의원의 현주소이다.  


     이러한 나이 논란의 발단은 15년째 공화당 의원들을 진두지휘 중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이른바‘프로즌(Frozen) 2’때문이었다. 올해 81세인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7월에 이어, 또 지난달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30초간 얼어붙으면서(freeze) 무반응 증세를 보였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자연스레 고령 정치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사실 매코널 의원은 올해 초부터 건강 문제에 시달려 왔다. 지난 3월에도 한 호텔 앞에서 넘어진 뒤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로 치료를 받았었다. 


      매코널 원내대표 외에도 고령 논란에는 몇번의 고배를 마시고, 1992년 당선된 이후 30년째 자리를 지켜온 민주당의 최고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도 올라있다. 파인스타인은 연방 판사의 대통령 임명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원 법사위원회의 일원이다. 올해 90세인 그녀는 최근 자택에서 경미한 추락사고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또 그는 대상포진으로 5월 한 달 동안 활동을 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앓았다. 최근에는 기억상실증까지 겹쳐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달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서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성(Aye)’이나 ‘반대(Nay)’를 밝혀야 했지만 파인스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대답을 마쳤다. 이쯤 되면 당장이라도 은퇴하겠다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아직 두 의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적이 없다. 단지 파인스타인 의원은 건강악화설이 나돌던 지난 2월,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도 임기는 채우겠다는 뜻이다. 매코널, 파인스타인 외에도 20선에 도전하는 83세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중책을 맡은 의원 20명 이상이 고령화 논란에 탑승했다. 이런한 모습에 특정 연령 이상의 모든 정치인은 정신감정을 받게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매코널과 파인스타인, 이 두 의원의 사례는 정치인의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이 논란을 증폭시키는 핵심적 추동력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미 사망한 의원을 공개석상에서 찾는 등 잦은 이상 행동으로 그때마다 치매설에 시달리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82세에 취임해 86세까지 재임하게 되는데, 과연 이 나이에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바이든뿐만 아니라 고령 정치인 전반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2/3가 대통령 후보나 상원 · 하원 의원 후보들의 나이를 제한하는 것을 지지할 정도로, 최근 정치인들의 나이 제한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유권자 1329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대통령직에 나이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76%에 달했다. ‘아니다’는 14%, ‘모르겠다’는 11%에 그쳤다. 정치 성향에 따라 응답률이 조금씩 차이 나기는 했지만, 유권자들은 대체로 나이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나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심각한 부정 요인이 되고 있다. 78살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부담을 안게 된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에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연륜이 중요하고, 투표 때가 되면 여러 요인이 작동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이런 분위기가 최종 표심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치매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 결정 등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 실질적인 문제를 보였다고 알려진 사례는 아직은 없다. 


      정치인은 은퇴 연령이 없다. 지역구 주민이 뽑아주면 본인이 원할 때까지, 90세가 넘어도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는 물론, 인지 능력 등에서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정치인 은퇴 연령을 법제화하거나 일정 연령 이후에는 정기적인 검사 등을 통해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이 알아서 적절한 시기에 은퇴하면 되지만 정치인들은 마치 중독이 된 것처럼 재출마를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정치인 중 다수가 국가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한인사회도 고령화는 마찬가지이다. 젊은 세대들의 참여도가 낮아지면서 단체장의 연령도 높아졌다. 앞으로도 고령 회장님의 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체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이성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람의 능력을 나이에 따라 판단내린다는 것은 100세 시대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80대 대통령, 90대 의원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노인차별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그러한 사람 가운데 정치인들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정치인은 인성과 공감능력 측정이 가능한 정신감정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나이를 막론하고 본인이 먼저 건강상의 문제를 인지하고 곧바로 은퇴를 선언한다면, 그때가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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