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선 대러총공세, 배후에선 중국견제

    19일 유엔 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 외교'는 러시아에 대한 정면 공세와 배후에서의 대중국 견제 등 두 전선에서 이뤄지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법적인 침략 전쟁'으로 규정한 뒤 "러시아 혼자만이 이 전쟁에 책임이 있으며, 러시아만이 이 전쟁을 즉각적으로 끝낼 힘을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오늘의 침략에 함께 맞서고 다른 미래의 침략자들을 억지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오늘 동맹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호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와, 또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제2의 러시아'에 맞선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단결을 강조함으로써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이는 동시에 직접 참전 없이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를 지탱해온 자신의 외교 정책에 대한 국내적 '캠페인'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미국 사회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예산을 틀어쥔 자국 의회와 여론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어 보였다. 이처럼 유엔 총회 연설을 활용한 바이든의 대러시아 공세를 '돌직구'에 비유할 수 있다면, 중국에 대해서는 '변화구'로 견제에 들어갔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메시지는 러시아에 대한 그것에 비해 유화적이었다. 그는 "우리는 미중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 갈등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디리스크(탈위험)를 추구하는 것이지, 중국과 관계 단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은 어떤 나라도 억압할 의도가 없다"며 "우리는 항행의 자유 및 안보와 번영을 추구할 것이지만, 동시에 중국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의제들에 있어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활동 일정표를 보면 대중국 포위 내지 견제의 의중이 그대로 엿보였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과거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산시성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대(對)중앙아시아 영향력 약화로 생긴 전략적 공백지대에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를 추진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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