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업계 딜레마 … 가격 책정 고민 깊어져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재 업체들의 가격 책정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원가를 보존하고 매출도 늘릴 수 있지만,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25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 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요거트 ‘비요뜨’ 가격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200원(11.1%) 올릴 예정이다. 당초 2300원으로 500원(27.8%)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부정 여론을 의식해 가격을 재조정했다.  가격 인상에 소비자가 이탈하기도 한다. 다음 달부터 낙농진흥회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L당 996→1084원으로 88원(8.8%) 올리기로 하면서 우유 업계의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우유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PB 상품으로 일반 제조 상품보다 15~25% 싼 ‘오늘좋은1등급’ 우유의 최근 3개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 4월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가격을 올린 교촌에프앤비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제품가를 최대 3000원 올렸지만 올 2분기 매출(102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2.9% 줄었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가 지난해 1억6628만여 건에서 올해 1억5622만여 건으로 줄었는데, 모빌리티 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기본요금 1000원 인상(3800→4800원)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제품·서비스 가격 조정에 감해지면서 기업들은 최근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가격 변동제) 도입을 눈여겨보고 있다. 요컨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호텔·항공 가격이 성수기엔 오르고 비수기엔 내리는 것처럼, 공산품 가격도 유동적으로 책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쿠팡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해 제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업계 최저가’로 조정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사가 같은 상품을 더 싸게 팔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면 판매가를 자동으로 낮춘다. 해외 기업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는 승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선 요금을 올려 받는다. 이를 통해 승객에게는 신속한 탑승을, 운전자에게는 추가 소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도 택시비 등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납득하기 힘든 가격 차별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아마존이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해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충성 고객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가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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