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카레나 이탈리아의 파스타, 일본의 스시, 중앙아시아의 케밥, 프랑스의 푸아그라, 스위스의 퐁듀, 태국의 똠얌, 베트남 쌀국수 등은 한식에 비해 훨씬 빨리 유명해져 있었다. 사실 케이푸드는 다른 나라 음식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와 맛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들보다 세계화가 더뎠다. 이는 자기만의 비법을 고집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음식평론가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저마다 설렁탕, 김치, 갈비, 비빔밥, 국밥의 원조라고 외치면서, 양념과 육수는 자기만의 비법이라고 꼭꼭 숨겨둔다. 이 비법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가기밀 수준이다. 그러나 자기만의 비법은 늘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더뎠던 이유는 이러한 고집보다도 홍보의 부족 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케이푸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가수들의 유튜브 영상 등에서 등장하면서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 컬쳐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핫한 메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필자의 주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불고기와 갈비, 비빔밥, 만두, 라면, 김이다. 떡볶이는 매워서, 김밥은 단무지와 어묵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육개장, 계란찜 등도 그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메뉴가 아닌 듯하다. 그 다음으로 인기 있는 것이 빵이다.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눅눅하고 달기만 한 미국의 베이커리와는 차원이 달라, 베이커리의 신세계를 보았다는 것이 그랜뷰 고교 풋볼팀 엄마들의 얘기다. 또, 요즘 인기있는 메뉴는 게장이다. 외국인이 게장을 먹는 장면을 틱톡에 올리면서, 게장에 대한 궁금증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실지로 아들의 친구들도 게장이 먹고 싶다며 필자의 집에 와서 맛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이 뿐만이 아니다. 더 많은 한식 메뉴들이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는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최근에도 미국 TV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보여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그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전쟁 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기적을 언급하고자 7,80년대 한국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과정도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거침없이 휘두르는 경찰봉, 그 팔에 매달려 끌려가는 대학생의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최루탄으로 인해 화면도 뿌옇게 되어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몇십만 명의 군인이 죽었고 한반도는 초토화되었다는 흑백필름이 나레이션과 함께 텔레비전에 나오면 이것을 보는 미국인들은 한국은 정말 못사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국땅인 이곳에서, 그리고 지금 세대에서 한국의 70여년전 장면을 보는 것은 미묘한 감정의 교차를 유도한다. 감회도 새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 미개한 국가였다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그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음식만한 것이 없다. 요즘 한국에서는 일명 먹방과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대세다. 주인공들의 먹방을 갈무리해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드라마가 등장했으며 최근엔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의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민국의 먹방이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한국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불안감과 불행 때문이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건 그들만의 협소한 시각에서 비롯된 해석일 뿐 그다지 신빙성이 있는 논평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눴지만 요즘 들어 가족과 함께 밥 먹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이런 현대인들이 방송 속에서 먹는 장면을 보면서 마치 가족과 함께 한 상에 둘러앉아 먹는 듯한 대리 충족을 느끼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인 식욕을 다루었기 때문에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신문보다는 TV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다. 일본 푸드 채널은 이미 미국 내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정갈한 주방장 옷에, 신선한 생선과 아름다운 장식, 호화로운 촬영조명까지 곁들인 일식은 햄버거와 튀김류에 익숙해진 미국인들에게 음식에 대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패널들이 음식을 맛볼 때마다 터져나오는 음식에 대한 환호로 나도 모르게 일식에 빠져버리는 듯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맛있는 음식이 일식이라는 착각에 잠시나마 사로 잡힌다. 이것이 방송의 매력이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 프라임 방송시간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푸드 채널을 통해 명절음식 만들기를 방영한다면 지금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홍보용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이런 채널을 통해 김밥 말기, 떡볶이 만들기, 탱탱한 면발 유지가 관건인 라면 끓이기 등을 선보이고, 명절이 되면 한국 전통 음식과 임금님 수라상까지 찬찬히 소개를 한다면 전세계 사람들의 눈은 분명 휘둥그레질 것이다. 한국 음식이 얼마나 건강식인지, 정성스러운지,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한국 음식은 풍요로운 한국의 문화를 짐작게 하는 또 다른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한국 음식 전문 채널을 미국내 공중파 채널로 고정하기 위해서는 동포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해외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의 여러 부서에서 현재 한국학교, 민주평통, 한인 2세들을 위한 각종 행사에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이에 한가지 더, 한국 홍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방송프로그램에 코리안 푸드 고정 채널을 만드는 작업은 국가적, 범동포적 차원에서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갈비와 불고기, 비빔밥을 넘어 더 많은 케이푸드를 알리고 싶다. 이번 주는 추석이다. 추석하면 송편이 떠오른다. 방송 채널이 없다고 해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대표할 수 있는  ‘송편’이라도 이웃들과 나누면서 한국도 알리고 우리의 명절도 알리는 것은 어떨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독자 여러분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명절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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