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카페의 주인은 68세 할머니이다. 68세를 할머니라고 지칭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통념은 그렇게 부르는듯 하다. 이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60대, 70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단체로 교육을 받으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해 하루 삼교대로 18명의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팥빙수의 팥과 빵에 바르는 잼을 직접 만들어서 맛도 건강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카페는 매일매일 북적인다.  이곳에서 뭉친 실버 바리스타들은 회사에 입사하기도 힘든 나이이고, 남편이 퇴직해서 집에 같이 하루종일 있다 보니 무료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참에 젊은 시절에 꿈꿨던 바리스타에 도전했고, 결국 자존감 높은 실버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60대 성우, 70대 PD, 80대 작가가 팀을 이룬 실버방송국도 화제다. 모두 기자를 겸한 직책인데, 이들은 퇴직을 하게 되면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실버 방송팀의 길을 선택한지 4년째, 편집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인내를 가지고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젊고 패기 넘치는 기자들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는 느낌. 늙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한 고령자를 꼽자면 한국의 송해씨도 떠오른다. 비록 작년에 작고했지만, 그는 지난해 5월23일 기네스북에 최고령 MC로 등재되었다. 1927년 4월27일 황해도에서 태어난 송해씨의 당시 나이는 95세였다. 그는 해주음악전문학교에서 성악을 배우고 1955년 '창공악극단' 가수로 데뷔한 이래 작년까지 대중문화 전반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쌓았던 특별한 존재다. 무대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60년이 훌쩍 넘는다. 대표작은 KBS 1TV ‘전국노래자랑’이다. 1988년에 시작해 무려 34년을 했다. 90대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일했던 그의 모습은‘100세 시대’에 본받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한국에서는 92세 만학도라는 타이틀로 최고령 박사가 탄생해 화제가 되었다. 이상숙 할머니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라면서 우리에게 항상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 말했다. 1931년생인 그는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당당하게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사회학 석사 과정으로 성공회대에 입학한 이후 5년만의 일이다. 30년동안 완구제조회사를 경영하고, 여성경제인협회장도 해 본 그녀는 기회가 있으면 사회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었고,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동교동계 맏형이자 야권의 대표적 원로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93세의 나이로 올해 한국외대 영문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지난달부터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영시·영소설·셰익스피어 등 세 과목 수업을 듣는다. 권 이사장의 목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업적에 관한 기록을 영문으로 번역해 논문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 영어는 한때 생업이었다. 6·25전쟁 때 미 부대에서 유엔군 통역관을 했고, 목포여고에서 3년간 영어 교사를 했다. 정치인이 돼서도 영자신문을 즐겨 읽었고, 3년여간 옥중에서도 영어 성경과 영어 잡지를 정독하는 등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정계 은퇴 후 동시통역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하와이대 어학 연수도 다녀왔다. 81세였던 2011년 한국외대 대학원 영문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해 2년 만인 2013년에 ‘존 F. 케네디의 연설문에 나타난 정치 사상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국내 최고령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운동에도 나이의 벽은 없다고 말한다. 1991년 시작한 골프는 30년 넘게 이른바 ‘백돌이’ 수준이었는데, 아흔이 넘은 나이에 그 벽을 깼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104세의 도로시 호프너 할머니가 시카고 인근 오타와의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생애 2번째 스카이다이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네스북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호프너 할머니는 소형 항공기를 타고 1만3천5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가서 전문가와 안전띠를 연결하고 뛰어내린 지 약 7분 만에 지상에 안착했다. 착륙 지점 인근에 모여있던 사람들로부터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녀는 축하객들에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고,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고 외쳤다. 그녀는 100세 때 생애 처음 스카이다이브에 도전했었다. 현재 '최고령 스카이다이버' 기네스 세계 기록은 작년 5월 스웨덴의 103세 할머니가 수립한 것으로 남아있다.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도 이처럼 빛나는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주간포커스 주최 골프대회에 매년 참가한 박종열 할아버지는 올해 94세이다. 80세가 넘어서야 골프를 알게 되었다는 그는 일주일에 2~3회 18홀을 걸어서 라운딩한다. 늦게 알게 된 골프 재미지만 그의 열정은 20대 못지 않다. 필자가 오래전 콜로라도 대학교의 졸업식에 간 적이 있었는데, 65세에 약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박수지씨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는 8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지역 의료 봉사와 입양아 캠프를 위해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한사람은 윤찬기 회계사이다. 84년에 덴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34년만인 2018년에 다시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공부에 매진해 3년만에 학위를 취득해, 2021년 5월 신학대학 교수님이 되었다. 그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현재는 한 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책을 보는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악조건을 이겨내고, 신학 공부에 몰두하면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번 달에는 목사 안수까지 받는다. 올해 그의 나이 67세이다. 죽음을 바로 코앞에서 유턴한 만큼 덤으로 얻게 된 소중한 삶을 더 값지게 살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실버 세대가 빛나는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분명 맞다. 오늘도 지칠 줄 모르는 이들의 도전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만의 눈부신 청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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