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미에 변수되나

    다음 달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이르면 이달 초 반도체 장비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갱신할 수 있다”며 “미국 측이 최근 수 주 내 중국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중국이 새로운 첨단 반도체 제조에 성공하면서, 미국이 통제망을 한층 조이려는 듯하다. 미·중 전략경쟁의 중요한 축인 반도체 분야에서 쫓고 쫓기는 싸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가 APEC 참석을 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계획과 미·중 정상회담 개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이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및 AI 반도체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처음 발표했다.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14㎚ 이하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게 골자였다. 반도체 공정에선 수치가 낮을수록 집적도가 높아져 첨단화된다. 다만, 상무부는 당시 발표가 ‘잠정적’이라며 최종 수출통제 규정 발표를 미뤘다. 그 사이 미국의 규제를 받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7㎚ 미세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논란이 일었다.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수출을 통제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동참한 네덜란드·일본의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새로운 개별 통제 규정도 이번 조치에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추가 조치에 따른 한국 기업의 영향은 적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정부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에 대해선 중국 현지 공장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기조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의원(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미 여야 상원 원내대표단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시 주석과 면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6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7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8월)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이 잇따라 방중했다. 또 지난달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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