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폐막했다. 이번 대회는 45개국에서 1만2500여명의 선수들이 40개 종목에 참가했다. 39개 종목에 1140여 명의 선수를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참고로 이 대회는 원래 2022년 9월 10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대륙에서 일어난 코로나19 범유행의 여파로 1년 연기된 2023년에 열렸다. 그러나 대회의 공식 명칭은 바뀌지 않고 '2022년' 아시안게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분분하다. 수영과 펜싱을 시작으로 배드민턴과 야구, 축구에서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목표엔 다소 못 미쳤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출정 전, 금메달 45~50개를 거둬 일본과 격차를 10개 이내로 줄인 종합 3위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소 못 미쳤다. 한국선수단은 폐막직전까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의 금메달 49개보다 7개 줄어든 것은 물론 1982년 뉴델리 대회 금메달 28개 이후 41년 만에 역대 최소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개최국 중국의 돌풍이 워낙 거셌다. 중국은 자국에서 13년 만에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을 총출동시키며 무더기 금메달은 물론 이번 대회 열기 확산에 힘을 썼다. 대회 MVP에 선정된 장위페이와 친하이양, 왕순, 판잔러 등이 대거 등장해 수영 경영 첫날 금메달 7개를 전부 쓸어 담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7일까지 사상 최초로 금메달 200개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를 거의 중국전국체육대회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75개를 획득하며 한국을 24년 만에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이번엔 상당수 종목에서 1.5군 내지 2군을 투입하면서 힘을 빼 중국의 독주를 부추겼다. 일본은 아시안게임보다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자세였다.


     한국은 대만과의 뜨거운 승부를 펼치며 4연패를 달성한 야구, 운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 쾌거를 이룬 남자축구처럼 팬들의 응원을 받은 종목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도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각축전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금·은·동 메달 합계로 따지면 한국이 일본보다 2개를 더 땄다. 우리의 정서는 축구만 일본을 이기면 다른 종목에서 패하더라도 크나큰 위로를 갖는다. 축구 한일전은 예선전도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관심을 보이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전에서 한일전이 치러졌으니 그 흥분도는 과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다른 메달 다 포기해도 축구 한일전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일본을 무찌르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뤄냈다. 축구 금메달의 쾌거는 일본에 뒤진 3위를 기록했지만 충분히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또 축구는 외형상으로는 1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지만 실질적으로 11개의 금메달을 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큰 성과를 낸 종목은 각각 금메달 6개를 수확한 수영과 펜싱, 그리고 금메달 5개를 딴 태권도 등이 있다. 특히 수영은 금 6개 은 6개 동 10개를 획득하며 세계적인 수영 강국 일본(금5)을 누르는 쾌거를 일궈냈다. 펜싱과 태권도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강호답게 제 몫을 해줬다. 펜싱에선 12개 종목 중 절반인 6개 종목에서 금빛 낭보를 전해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시작된 이 종목 4회 연속 종합 우승을 일궈냈다. 태권도는 품새 종목 강완진이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되는 등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며 2년 전 도쿄 올림픽 노골드의 수모를 씻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남자 축구와 야구 등 양대 인기 스포츠 종목에서 금메달을 한 시간 간격으로 확정 지은 것도 드라마 같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종목에서 이제는 아시아 강자 자리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렸다. 유도와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과 사격, 실내 구기가 대표적이다. 유도에선 계속 금 소식이 없다가 여자 78kg 이상급 김하윤이 개인전 마지막 날에서야 우승 낭보를 전해 한국 유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고 레슬링에선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도 하나 없이 동메달 2개만 따내 13년 만에 노골드 망신을 당했다. 사격에선 금메달 2개를 따내긴 했으나 올림픽에서 벌어지지 않는 러닝 타깃 단체전 종목이어서, 소총·권총·트랩 개인전만 벌어지는 올림픽에서의 경쟁력이 시급하게 됐다. 아시아 최강 여자 핸드볼도 일본 1.5군에 10점 차로 충격 패하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이번 대회 팬들에게 가장 큰 실망감을 안겨준 종목 중 하나를 뽑으라 한다면 배구를 말할 것이다. 한국 배구 역사에 있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최악의 성적을 남긴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국제 스포츠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금메달 11개를 획득하며 종합 10위를 확정지었다. 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 올라선 인도가 금메달 28개로 4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기계식 활인 양궁 컴파운드에서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5개 종목을 전부 싹쓸이하며 다른 종목에서도 향후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아시아 스포츠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는 폭풍칭찬을 받았다.


     1년이 연기되면서 우리 선수들은 인고의 시간을 한해 더 보내야 했다. 그렇기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마음이 더욱 애틋하다. 그래도 그들의 거침없는 도전 덕분에 지난 2주동안 우리는 한마음으로 울고 웃었다.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는 짜릿한 드라마와도 같았던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에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는 자신감을 던져주었다. 차기 대회는 3년 뒤 2026년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개최된다. 아낌없는 칭찬과 냉정한 반성은 다음 대회에 더 큰 성장으로 다가올 것이기에, 오늘도 진행 중인 대한민국 선수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