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안정화·우크라 지원 흔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간 무력 충돌로 미국의 외교정책도 시험대 위에 오른 양상이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 자체가 시련에 처한 상황이다.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대(對)주변국 관계 개선을 주선하는 것이 그 전략의 핵심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인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주재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여기에는 중동의 최대 반미 세력인 이란과, 미국이 빠져나간 중동에서 점점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한다는 외교적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특히 사태가 확전함으로써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반(反)미국 세력이 규합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은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스라엘-사우디 국교정상화 프로세스에 변수가 생겼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이스라엘-사우디 국교정상화 추진 과정에 팔레스타인 측도 참여시켜왔다고 소개하면서 참여의 주체가 하마스의 라이벌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이스라엘-사우디 국교정상화 노력이 당장 좌초하지는 않더라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이 심화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이 참여하는 외교 협상이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으로 240억달러(약 32조원)을 요청했지만 하원의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통과된 45일짜리 임시예산에 우크라이나 지원액을 반영하지 못했다. 더욱이 임시예산안 의회 통과를 주도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공화당내 소수 강경 우파들의 해임 결의 추진으로 낙마하면서 차기 하원의장 선출 등 대우크라이나 지원의 열쇠를 쥔 하원이 언제 정상화할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 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우크라이나 지원은 우선순위 면에서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대이스라엘 지원에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기습공격 과정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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