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0월 K팝 음반 누적 수출액이 3천억원을 넘기며 연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중(對中) 음반 수출액 감소와 유명 아이돌 그룹의 신보 판매량이 전작보다 하락한 점 등을 들어 'K팝 위기론'도 대두된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연말과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첫 주 판매량 늘리기에 '올인'하는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음반 수출액은 2억4천381만4천달러(약 3천183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10월까지의 기록만으로 작년 한 해 수출액을 웃돌며 연간 기준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음반 연간 수출액은 2020년 1억3천620만1천달러(약 1천779억원), 2021년 2억2천85만달러(약 2천885억원), 지난해 2억3천138만9천달러(약 3천2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올해 1∼10월 K팝 수출 시장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미국, 중국이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대만, 독일,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이 뒤따랐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7.3% 증가했지만, 대중 수출액은 51.1% 감소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에 올해 1∼10월 음반 대미 수출액은 5천432만2천달러(약 710억원)로 대중 수출액 2천333만5천달러(약 305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올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정국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밟는 등 K팝 스타들이 미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혔다.  이 같은 '수출 성적표'를 바라보는 가요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최근 몇 년간 K팝 음반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큰 손' 중국 시장의 축소 등으로 이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함께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대형 기획사 소속 간판 아이돌 그룹의 첫 주 판매량이 전작보다 수십만장 씩 감소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 같은 우려는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가요계에서 첫 주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와 응집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가요계는 그러나 최근 일부 가수들의 성적만으로 'K팝 위기론'을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특히 판매량 감소 사례로 등장하는 A 그룹은 이번에 중국 팬덤과 소속사 간의 마찰로 공동구매가 일부 진행되지 않은 사정이 있고, B 그룹 역시 정규·미니음반의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가요계에서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획사와 팬덤 모두 첫 주 판매량 늘리기에 혈안이 된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첫 주 판매량에만 집착하다 보니 음반 활동도 첫 주에 몰려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며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K팝 가수들은 첫 주에만 '반짝' 올라왔다 둘째 주부터 확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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