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당나귀 한 마리가 빈 우물에 빠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농부는 어차피 당나귀도 늙어서 힘을 못 쓰고, 우물도 말라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우물을 파묻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을 파묻기 위해 제각기 삽을 가져와서는 흙을 파 우물을 메워갔습니다. 당나귀는 떨어지는 흙을 맞으며 더욱 더 구슬피 울부짖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당나귀가 잠잠해졌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다, 벌써 죽을 리는 없는데 하고 궁금해서 우물 속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당나귀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더미를 자기 몸에서 털어내고는 바닥에 떨어진 흙을 발로 밟으며 흙을 다져 점점 높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나귀는 자기를 묻으려는 흙을 이용해서 무사히 그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우화입니다.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우물에 빠졌는데 아예 파묻어 죽이겠다고 흙을 뿌려 대는 환경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흙을 잘 다져서 밟고 올라온 믿음의 거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사람, 이스라엘 역사상 오늘날까지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는 다윗 왕을 오늘은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다윗을 내 마음에 맞는 사람, 예전 개역 성경에선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다윗을 인정 해 주셨는데요. 이런 칭찬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습니다. 참 부럽기 그지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요? 혼자서 하나님을 잘 믿고, 혼자서 신앙생활 잘 하면 되는 걸까요? 다윗을 살펴보며 깨닫는 사실은 다윗은 다윗 되게 한 사람들로 인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자, 그렇다면 다윗을 다윗 되게 한 일등공신은 누구였을까요? 단연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입니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다윗을 죽이겠다고 창을 던지고 그 창을 피해 살아보겠다고 달아난 다윗을 끝끝내 쫓아가 죽이겠다고 군사를 일으켰던 사람, 사울! 다윗은 바로 이 사울을 피해 도망 다닌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고, 믿음이 자라나는 그래서 하나님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 칭찬하는믿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편 57편은 그 부제가 다윗이 사울을 피해 굴에 있던 때에 지은 시입니다. 1절에서 다윗은 하나님께 은혜를 구합니다.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재앙을 피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를 드립니다. 두렵고 외로운 광야의 한 동굴에서 다윗은 오직 의지할 분은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고 8절에 이렇게 고백합니다.“내 마음이 하나님께 확정되고 확정되었다고!” 다윗은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별과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그 빛이 더 영롱하게 빛나는 그런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다윗을 다윗 되게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한 여인입니다. 나발의 부인이었던 아비가일, 이 지혜로운 여인으로 인해 다윗은 다윗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울 왕의 칼을 피해 도망자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다윗에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그마치 400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엔 200명이 더 추가되어 6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윗을 찾아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의 머릿속에 매 순간 먹거리를 어떻게 해결하나 그게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인근에서 양을 치던 부자, 나발이 양털을 깎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먹을 것을 좀 얻어오도록 부하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나발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윗을 모욕하면서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다윗이 나발과 그 가문을 멸족시키겠다고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나발의 집으로 향합니다.


    자기 백성을 보호해야할 왕이 백성을 죽이겠다고 군사를 일으킨 이 모습은 사울에게서나 보던 것인데, 지금 다윗이 사울과 똑같이 그러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이대로 나발의 피를 흘렸더라면 이후 다윗은 왕이 되는데 결격 사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이 아비가일이 막아선 것입니다. 왕이 되는데 장애물이 될 뻔 한 이 순간을 지혜롭게 지나가도록 겸손한 모습으로 다윗의 분노를 잠재우고 다윗을 다윗 되게 한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울 같은 사람도 만나고, 아비가일 같은 사람도 만납니다.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을 만나든지 다윗처럼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며 살아감으로 하나님이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칭찬하시는 믿음의 사람들이 다 되실 수 있기를 하나님은 이 시간 간절히 원하시고 계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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