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컨텐츠를 전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원작으로 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제목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이다.  한류의 일등공신 오징어 게임이 세계 최대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더 챌린지는 지난달 22일 첫 방송되면서 영화 이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더 챌린지를 위해 전세계에서 8만여명이 신청했다. 이 가운데 456명이 뽑혔다. 60대 뉴욕타임스 전 편집자와 그의 아들, 내과 의사, 전직 군인, 수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출연료가 없는 대신 우승하면 456만 달러의 상금을 가져간다.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상금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상금을 두고 경쟁하는 포맷은 원작과 같다. 원작에서는 한국 특성상 상금이 456억원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의 상금은 456만 달러라는 게 차이점이었다. 1단계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1920~30년대 비행선을 만들던 영국 공군의 2800평 규모의 대형 격납고를 개조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나머지 에피소드는 런던의 워프 스튜디오에서 16일 넘게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오징어 게임’처럼 철제 침대에서 먹고 자며 합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트장도 '오징어 게임'을 그대로 재현했다. 참가자가 탈락할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돼지 저금통에 1명당 상금이 쌓이는 것도 그대로 반영했다. 원작에서는 제작 여건상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는데 ‘더 챌린지'에서는 800㎏에 육박하는 실물 돼지 저금통을 설치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성 테스트’였다. 중간 중간 테스트를 통해 다른 참가자를 탈락시키거나 게임에 유리한 조건을 얻도록 설계했다. 실제 저녁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주방에서 당근 껍질을 벗기고 있었던 참가자들에게 탈락자를 지명하는 권한을 주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상금을 따야 하는 이유와 개인적인 사연을 들려주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구성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다. 참가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인형이 뒤를 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게임의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세한 움직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뛰는 요령도 터득했다. 다음은 달고나게임, 일명 뽑기가 진행되었다. 원, 삼각형, 별, 우산 중 한 가지 모양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가장 어려운 모양인 우산에 걸리지 않으려 기를 썼다. 사실 달고나는 우리의 전통 음식도 아니고 한국의 맛도 아니다. 사탕도 초콜릿도 없던 시절에 전쟁과 가난을 잠시 잊게 해준 놀이가, 잘만 하면 60억원 상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세계인의 게임이 된 셈이다.  

   중간중간 미니 게임도 등장한다. 갑자기 울린 전화, 2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바꾸게 하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한다. 그리고 줄다리기를 위해 힘센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힘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배틀게임이 펼쳐졌고, 늙고 약한 팀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다음은 구슬 게임을 통해 한 명을 반드시 탈락시켜야 한다. 우습게도 엄마와 아들 참가자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구슬치기가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은 31명, 여기서 20명을 추리는 의리 게임이 진행된다. 각 1명씩 남기고 싶은 사람을 지명하는 것이다. 다음은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으로 12명이 생존한다. 그리고 12명에서 리더를 뽑은 후 주사위를 던져 3명의 탈락자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한다. 그리고 9명이 남았다. 다음은 신뢰의 서클, 일종의 심리 게임이다. 자신의 자리에 상자를 놓은 사람을 자신의 논리로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3인이 남았다. 남성 2 명, 여성 1명이다. 세 개의 버튼을 눌러 빨강이면 탈락, 초록이면 같이 결승에 진출할 사람을 지목할 수 있다. 그렇게 최종 2인이 결정됐다. 그리고 456만 달러짜리의 가위바위보가 시작되었다. 승자는 열쇠통에서 열쇠를 하나 골라 금고를 연다. 맞는 열쇠를 찾을 때까지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고, 결국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이렇게 더 챌린지 시즌1은 종료됐다. 생각보다 큰 스케일에, 불합리한 것 같지만 적어도 힘으로만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승자의 정체는 상당히 놀라웠다.  우승자는 참가번호 079번, 베트남 난민 출신인 50대 중년 여성이었다. 올해 55세의 마이 웰란씨는 참가자 중에서도 고령층에 속했고, 더구나 운동 꽤나 하는 근육맨들 사이에서는 약한 중년 아줌마의 모습이다. 웰란이 우승한 직후 세계 언론들은 난민 출신의 할머니가 상금 456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었다며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55세가 할머니라고 불릴 정도의 나이가 아님에도, 그들의 논조에는 강조와 과장의 뜻이 담겨 있어 보였다.   

   웰란은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19살에 홀로 아이를 낳아 미혼모로 살면서 가족과도 연락이 끊겼다. 20년 동안 미 해군에서 복무하며 근무 초기에는 따돌림을 당했다는 아픈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미 국토안보부의 이민심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직업 정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게임의 승리요인은 ‘심리전’에 탁월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부 이민심사관으로서 수많은 이민자를 상대하며 쌓은 생활의 지혜가 무기였다. 특히 타인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웰란은 소수의 참가자와의 ‘조용한 연대’로 주어진 미션을 하나둘씩 해냈다.

     웰란은 아시아계 소수민족이고, 여성, 고령, 사회적 편견 등의 모든 악조건을 극복했다. 자그마한 동양 아줌마의 우승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던지고 있다. 물론 운도 따라줘야 했지만, 내 그룹을 만들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한 인지도도 있어야 하며, 스스로 전략을 짤 수 있는 머리와 다른 사람과의 심리전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녀처럼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로, 우리도 새해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모두 두려움 없이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을 계획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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