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출산율이 훨씬 높은 영국에서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아기 울음소리가 줄고 있다며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온워드의 세바스천 페인 소장은 8일(현지시간) 더 타임스지 기고문 '영국이 아기를 더 많이 낳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에서 아이를 가지는 데 드는 비용으로 인해서 영국인들이 아이 갖기를 미루거나 적게 갖는다고 말했다. 페인은 영국 출생아가 꾸준히 감소해서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출생아는 2022년 60만5천479명으로 전년보다 3.1% 줄면서 2002년 이후 가장 적었다.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10년 1.94 명에서 2021년 1.61 명으로 줄었다. 페인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영국 여성의 약 절반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 갖기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여성들이 원하는 아기 숫자는 평균 2.32 명인데 그만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난임 치료 지원을 받으려면 추첨을 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민간 기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한 번에 7천파운드(1천173만원)가 든다고 말했다. 출산 후에는 보육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페인에 따르면 2세 미만 아동의 주 25시간 보육시설 이용 비용은 주당 평균 140파운드(23만원) 이상이다. 그는 주거비 부담이 출산 지연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임차료가 높고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모기지로 처음 집을 산 구매자가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와 함께 법정 남성 출산 휴가가 2주뿐인 점도 짚었다. 한국도 배우자 출산 휴가가 10일이다. 페인은 또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가정을 꾸리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율 하락을 내버려 두면 지금 문제들이 몇 년 후엔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이민을 줄이려고 하다 보면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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