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에 있을 대선 출마에 제동이 걸렸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오는 3월 열릴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제외하라고 미 50개주 중 최초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법원 판사들의 대다수는 트럼프가 미국 헌법 수정안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장려했으며, 2021년 1월 6일 미 국회 의사당에 대한 공격을 ‘반란’이라고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도 했다. 그리고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가 여러 주에서 공화당 관리들에게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도 적시했다. 이에 주대법원은 콜로라도주는 2024년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의 이름을 기재할 수 없으며, 트럼프에게 투표한 투표 용지를 집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선 경선과 본선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콜로라도 공화당이 지난달 27일 연방대법원에 상고함에 따라, 연방대법원 재판이 진행되는 한 효력 정지 조치는 유지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인쇄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콜로라도 선거당국의 설명이다.


    콜로라도주에 이어 메인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콜로라도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지 열흘 후 메인주 최고 선거관리자인 셰나 벨로즈 주 국무장관은 서면 결정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결정이었다. 근거는 콜로라도와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14조 3항이다. 물론 벨로즈 장관의 결정도 항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메인주는 콜로라도주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메인주는 네브래스카주와 함께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는다. 선거인단은 4명밖에 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메인주에서 선거인단 1명을 가져갔기 때문에 메인주 출마가 불발될 경우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콜로라도에선 2020년 대선 때 득표율 13%포인트 차로 패했기 때문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콜로라도주의 승리가 큰 의미를 갖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콜로라도주와 메인주의 결정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캠페인측은 상고장에서 내란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수정헌법 14조 3항의 공직자에는 대통령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전직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콜로라도에 앞서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 등에서 열렸던 비슷한 소송 재판은 모두 트럼프 측의 승리로 끝났다. 미네소타 대법원은 주법이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후보의 경선 참여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고, 미시간주 판사는 사법부가 대선 출마 자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25개 이상의 주에서 트럼프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로써 연방대법원은 2024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개입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판사들은 각 주에서 곧 대선을 위한 당내 예비 선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오는 2월 8일에 개정해 3월 5일 슈퍼 화요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앞으로 연방대법원 재판의 쟁점은 콜로라도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해 내란 혐의가 인정되는지 △수정헌법 제14조3항이 대통령직에도 적용 가능한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중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은 6명으로 보수가 우위인 상황이다.


    만약 한인사회에서 트럼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면, 이유는 트럼프의 반이민과 인종차별적 발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그의 언동으로 인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와 소수계에 대한 인종증오와 차별이 급증했음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또다시 해묵은 반이민 선동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범죄와 질병을 가져왔다”면서 이민자 사회를 여전히 멸시하고 있다. 공화당의 정책이 민주당에 비해 나쁘지 않음에도, 한인들이 선뜻 공화당에 지지표를 던질 수 없는 이유는 트럼프의 이러한 외골수적인 전략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비록 그의 거침없는 언행으로 인해 소수 민족들이 차별을 받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이 팩트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출마 여부를 제한하는 것도 그 이념에 위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선 출마 여부는 법원이 아닌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유권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 더 근접해 보인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미국 최고의 사법부가 정의롭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과 상관없이, 콜로라도주와 메인주 대법원의 판결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상대로 국회 의사당 점거를 선동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향후 보수색이 짙은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을 번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의 헌법 조항을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는데 실제 적용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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