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조각가인데, 여성에게 상처를 받았는지, 여자 사람을 혐오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자기가 만든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보다가 얼마나 실제처럼 아름답게 조각이 되었는지 이 조각상에게 깊이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조각상에 보석도 장식해 주고, 예쁜 옷들도 갈아 입혀 주면서 사랑에 푹 빠진 겁니다.

    이를 지켜보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감동을 받아서 이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진짜 사람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이 그래서 이 여인과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전설입니다. 전설은 참 쉽습니다. 한 사람을 바꾸고, 조각상이 사람으로 바뀌어 행복하게 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은 너무 어렵습니다. 적어도 전설보다는, 소설이나 영화보다는 쉬워야 하는 분이 바로 하나님 아닙니까? 전능하신 분인데,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삼라만상을 창조하시고, 온 우주를 뜻대로 주관하시는 하나님이신데 적어도 영화감독이나 소설가, 전설 속 신들보다는 훨씬 쉬워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창 6장 5-6절 말씀입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한탄하시고, 근심하셨다고 합니다. 쉽지 않다는 말씀이지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나요? 사람의 죄악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 악하기만 해서 그러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전능하시다면서, 위대하고 강하신 하나님이라 말씀하시면서 한탄하고 근심하신다니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닙니까!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걸작품으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심히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하나님이 가지고 계신 자유의지를 주어 스스로 자원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게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하나님을 배반하여 죄를 지은 겁니다.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시키는 것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은 하나님과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지으신 것입니다. 인간이 그 자유의지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높이며 예배하는 자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죄는 무서운 것이어서 그 전염성이 일파만파 삽시간에 온 세상을 죄로 물들여 놓았습니다. 급기야 하나님은 죄악된 세상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예배하는 한 사람, 노아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겠다 판단하셨습니다. 오늘 말씀은 그것을 노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다고 표현하신 것입니다.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보며 하나님은 절망하셨습니다. 그러나 당대의 의인이었던 노아를 보시며 위로를 얻으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다 멸하여도 노아와 그 가족, 그들을 통해 코로 숨쉬는 모든 생물을 보존하기로 하셨습니다. 은혜를 입은 노아에게 생명을 살리는 사명을 맡겨 주신 것입니다. 아,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는 사명을 주신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노아란 이름은 ‘위로’, ‘위안’이란 뜻입니다.  물이 마른 후 뭍이 드러나 방주에서 나왔을 때, 노아는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고, 하나님은 노아와 그 가족에게 무지개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다시는 세상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언약의 증표였습니다.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님의 책,‘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에 보면“꽃을 피우지 못하는 날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세요”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살다 보면 은혜를 입은 우리도 꽃을 피워야하는 사명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에는 꽃을 피우려 하지 말고, 뿌리를 깊이 내리면 된다는 말이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님이 맡겨 주신 사명 잘 감당하여 꽃을 피우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은혜입은 자로써 어떻게든지 사명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한 주간도 담대하게 살아가는 은혜가 있으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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