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장 우려할 건 없어

    #. 미국 이민 15년 차 A씨는 최근 시민권 인터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비시민권자로 큰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앞으로 이민정책이 강화되면 출입국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 H-1B 비자 소유자 B씨는 급히 이직할 회사를 찾고 있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영주권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대통령선거 이후엔 영주권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연봉을 조금 깎더라도 영주권이 보장되는 회사로 옮길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인들의 신분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과거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영주권·취업비자 중단 등의 ‘반이민 정책’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최근 그가 쏟아낸 수위 높은 이민자 혐오발언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이민자들이 미국 피를 오염시켰다”거나 “불법 이민으로 대형 테러가 100% 발생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강한 이민 제한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A씨는 “한국 재산 처분이 골치 아프고 가족들이 한국에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에 거주할 생각이었다”면서도 “1년에도 수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데 출입국부터 까다로워지면 시민권을 따는 게 낫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분위기 조성엔 트럼프 정권을 겪은 한인들의 경험담도 한몫한다. 영주권자 C씨는 주변 젊은 한인들에게 영주권 취득을 서두르라고 권유한다. 과거 영주권 절차가 중단돼 막막했던 자신의 경험이 떠올라서다. C씨는 “당시 하루아침에 영주권 절차가 중단되더니 그 다음엔 소득 기준 등이 확 까다로워졌다”며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도 전에 다 바뀌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우려가 시민권·영주권 신청 러시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전망됐던 2016년 초에는 시민권 신청이 폭증하고, 결혼 영주권 신청을 위해 결혼까지 앞당기는 사례가 많았다. 전문가들도 당장 우려할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은 대부분 위헌의 소지가 있고, 그마저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한인에게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민법 전문 송주연 변호사는 “2016년 대선의 경우 이맘때쯤 시민권 신청이 폭증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때처럼 문의가 많진 않다”며 “지난 정권을 통해 한인사회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매일 아침 정책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웠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신청 가능한 분들은 서두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