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대화로 갈등 '조기 진화' 공감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이 23일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날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하고자 동시에 이곳을 찾은 게 계기가 됐다. 양측 모두 오전 일정을 조정하면서 전격적 만남이 이뤄졌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속 깊은 대화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갈등의 조기 진화를 위한 접점을 찾은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화재 현장을 함께 살펴봤다. 현장 점검에 앞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고, 눈보라 속에 15분을 기다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점검을 마친 뒤 상경할 땐 윤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대통령 전용열차 편으로 함께 돌아왔다. 열차 안에서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최근 갈등 국면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최대한 오해가 남지 않도록 노력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갈등 국면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과 사천 논란, 한 위원장의 '국민 눈높이 발언' 등을 둘러싸고 조성됐다고 한다.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지는 윤 대통령과 '귀경길 열차 대화'를 마치고 나온 한 위원장의 공개 발언에서 뚜렷이 묻어나왔다. 서울로 돌아온 한 위원장은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자신이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서 대립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처럼 화해 무드가 조성된 건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공천을 언급하며 갈등이 촉발된 지 엿새 만이다. 이후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취지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친 21일로부터는 이틀이 지났다.

    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은 3일 청와대 영빈관 신년인사회 이후 20일 만이다. 그동안 당과 대통령실에서는 4월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분열은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를 풀기 위한 양측간 물밑 노력도 이어졌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수라는 인식 아래 회동 성사를 위한 여건 조성에 집중해 왔다.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논의됐다. 한 위원장 측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전격 회동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봉합까지는 불씨가 남았다는 관측도 여전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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