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제가 M그룹의 전산실에서 근무할 때 일본에서 공부한 K과장님이 합류했습니다. 그 분은 자신만만한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상급자를 부를 때 직함에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김차장, 이건 어떻게 처리할까요?’, ‘박부장, 오늘 회의 일정 가능하십니까?’ 라는 식이었습니다. 전산실 직원들은 다 놀랐습니다. 동료 하나가 그에게 왜 차장이나 부장을 부를 때 ‘님’을 안 붙이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원래 직함의 장(長)에는 존칭의 뜻이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직함에 존칭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직함은 회사 내에서의 신분을 뜻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존칭이 아니기 때문에 ‘님’을 붙이는 것이 예의이고 우리의 정서에도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주재원 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룹 임원들이 오시면 저는 공항에 모시러 갑니다. 그리고 식사시간이 되면 저는 임원을 모시고 식당에 갑니다. 한 번은 본사의 S사장님이 미국에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S사장님을 맨해튼의 U식당으로 모셨습니다. U식당은 맨해튼에서 제일 큰 한국식당이었습니다. S사장님은 여자 종업원을 ‘아가야!’라고 자주 부르셨습니다. 종업원들이 다들 우리의 테이블에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사장님이 종업원들에게 대신 사과를 하고서야 간신히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M집사님은 20채의 집을 소유하신 분이셨습니다. M집사님은 이 집들에서 나오는 월세 수입을 자랑하셨습니다. 그 분은 다른 사람을 ‘걔는~’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분은 유명인사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분은 S대학을 졸업하셨습니다. 참석자 중에 누가 여행이야기를 하면 여행사를 하는 사장이 S대학 출신이라고 화제를 끌어가고, 골프이야기가 나오면 골프장 사장이 S대학 출신이라고 연결 지었습니다. M집사님을 아는 사람들은 점점 그 분과 함께하기를 싫어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없을 때 M집사님이 ‘걔’라고 부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리버티 신학대학원에서 김창엽 박사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에 유학 올 때는 제 나이 43세인 1998년도였습니다. 당시 김 박사님은 78세이셨습니다. 유학생 대부분은 목사님들이셨습니다. 사역지가 없는 분들은 ‘린치버그 한인 침례교회’에 출석했습니다. 출석교인은 가족들까지 총 200여명이었습니다. 주일 오전 예배의 설교는 김창엽 목사님과 정현 목사님이 하셨습니다. 주일 오후 예배의 설교는 유학생으로 오신 목사님들이 돌아가면서 하셨습니다.

    김 박사님은 오후 예배 시간에 제일 앞자리에 앉으셔서 제자들의 설교를 메모를 하시면서 경청하셨습니다. 김 박사님은 설교자에게 ‘목사님의 설교에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늘 격려해 주셨습니다. 김 박사님은 아들뻘 되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존칭어를 쓰셨습니다.

   저는 최근에 ‘호칭을 없애 수평적 조직문화를 이룩해야한다!’ 라는 기사를 많이 보았습니다. 호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수평적 문화로 성공한 미국 기업들은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라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호칭을 없앤다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패한 미국의 기업들도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었고 호칭이 없었습니다. 저는‘구글’의 조직이 수평적이라면 CEO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반대로 CEO라는 호칭이 없이 CEO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실무자와 같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공의 80%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다른 사람을 빛내면 제가 빛난다!’ 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부르는 매너’라는 책을 저술한 저자 민경남 씨는 큰돈을 운용하는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 전문가였습니다. 그가 일하면서 만났던 큰돈을 운용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매너가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매너와 자산은 비례하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품고 주변 부자들의 매너를 인상 깊게 보고 메모하고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하나둘씩 글이 쌓여감에 따라 자산이 불어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성실함을 기반으로 예의범절을 갖추고 행동하면 주변에 귀인들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곧 좋은 운을 불러 온다는 사실을 스스로 체감했습니다. 그는 모두가 매너 있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매너 노하우를 널리 전수하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당신의 매너가 당신의 자산이다!’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저는 호칭의 사용은 문화, 상황,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으며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호칭을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같은 호칭이라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때로는 호칭 선택이 오해를 낳을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적절한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원활한 대화와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각 문화나 사회에서 특정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호칭은 소통의 중요한 부분이며, 적절한 사용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저는 호칭을 ‘내가 생각하는 그의 존재를 다른 이에게 표현하는 방법' 이라고 정의해 보았습니다. 저는 호칭에 완벽함은 없다고 봅니다. 저는 친밀함과 존중이라는 갈림길에서 존중을 선택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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