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장로교회 김병수 담임목사

    지난 1월에는 한국에 계신 어머님이 89세의 일기로 소천하셨습니다. 어머님은 1935년에 태어나 이미 돌아가신 아버님과 결혼하여 5남매를 두었습니다. 비참한 한국 전쟁을 겪었고 아버님과 가난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여 5남매를 돌보고 기른 어머님입니다. 90년 가까운 인생을 오직 남편과 자녀들을 돌보며 살아온 험난한 인생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기억하는 어머님의 하루 일과는 새벽 4시반 쯤 교회 새벽 기도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님이 새벽기도를 가면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잠에서 깨어나 집의 대문을 잠가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님은 남편, 자녀들,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셨습니다.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하던 어머님의 기도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를 갔다 와서는 하루 종일 그 맡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습니다. 어머님의 인생은 참 힘겹고 고단하게 보였지만 그 어느 누구의 인생보다도 보람이 있고 사랑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저희 교회에 나오던 한 권사님이 소천하셨습니다. 그 지난 주일만 해도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를 잘하고 가셨는데 주중에 소파에 앉은 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권사님의 가족은 1976년에 남편과 세 자녀가 덴버로 이민을 왔습니다. 이민 와서 남편을 일찍 떠나 보낸 이후 혼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든 가운데서도 자녀들을 잘 양육하셨던 훌륭한 권사님입니다. 평소에 말이 많이 없으셨지만 누구보다도 신앙 생활을 잘하셨습니다. 자녀들을 다 키운 다음에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된 현재 남편을 만나 그동안 두 분이 참 모범적인 결혼생활을 하셨습니다. 두 분이 신앙 생활도 아름답게 하셨습니다. 남편된 집사님은 현재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에 계신데 권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교회로 오셨습니다. 권사님의 소천 소식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는 집사님의 모습을 보고 저희 교회 온 성도들도 집사님을 안아주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권사님의 자녀들도 교회에 와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의 어머님 그리고 저희 교회 권사님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 분들의 삶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이들의 삶이 사랑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들,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이 분들은 세상을 떠나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나의 인생을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워 나가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은 항상 헛된 우상에 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부유함과 편안함과 높은 자리와 명예를 늘상 꿈꾸게 됩니다. 성경은 그러한 것들이 “이 땅의 텐트”(earthly tent)와 같은 것들이고 그러한 것들은 결국 사라지고 무너지고 만다고 말씀합니다 (고후 5:1). 오직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손으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나라만이 영원하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사는 사람만이 영원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일 2:16,17)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우리의 삶을 왜 헛되고, 사라지는 것들로 채우겠습니까? 가장 소중하고 사라지지 않을 사랑으로 채우도록 우리는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저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의 형님은 그동안 어머니를 정성스럽게 모신 형입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형제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형님이 매형들과 며느리들에게 제법 두둑한 돈이 든 봉투를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형들 그 동안 김씨 집안에  장가를 오셔서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 준비했습니다.”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러니까 매형 가운데 한 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처남 왜 이런 걸 줘? 나는 장가와서 그 동안 장모님의 사랑 받은 것밖에 없는데…” 형님이 말합니다. “그동안 어머님이 매형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셨어요. 어머님의 기쁨이 되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어머님의 장례를 마치고 형제들이 모여 슬픔을 나누면서 형님의 배려와 사랑으로 그 자리가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많은 구약의 율법 조항들을 단 두 가지로 요약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마태복음 22:37-39)

   요한 사도는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일 4:9-11)우리의 삶을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당신의 생명을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으로 채워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하게 됩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