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는 시간”

 

지난 2월 14일 덴버 너기츠와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경기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최건영씨가 미국 국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덴버 너기츠와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경기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최건영씨가 미국 국가를 부르고 있다.

     덴버 너기츠와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경기가 지난 14일 수요일 덴버 볼 아레나에서 열렸다. 비록 이날 덴버 너기츠는 새크라멘토 킹스에 102대 98로 역전패당했지만, 한인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경기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한인 최건영씨가 미국 국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오로라에 거주하고 있는 최건영씨는 현재 뉴라이프교회 시무장로이며 개인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최씨는 이날 수많은 관중 앞에서 미국 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를 완벽하게 불러냈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가는 음도 높고, 가사도 어려워서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도 부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자칫 첫 음을 잘못 잡으면 계속 높아져야하는 곡의 진행으로 숨이 차고 가사도 불분명하게 전달되기 일쑤인데, 최씨는 담담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로 곡을 소화했다. 이 장면은 공중파를 타고 미국 내 농구팬들에게 공개되었다.  최씨는 “4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위해 준비하면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가 이번 경기에서 내셔널 앤텀을 독창하기까지에는 재미있는 배경이 숨겨져 있다. 
 

    최씨는 “저희 가게의 고객 중의 한 명이 미국 프로 스포츠팀들의 행사 스케줄을 짜는 사람이었는데,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중에 그가 너기츠의 행사 디렉터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연결을 부탁했는데, 놀랍게도 10월15일에 리넷 리켈슨이라는 너기츠 뮤직 디렉터에게 연락이 왔고, 데모 동영상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다음 날 바로 승인을 받았다. 구단측에서 음력설 기간이어서 동양인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운이 좋았다”면서 본인이 선택된 과정을 설명했다.  최씨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독교 신앙 속에서 신실하게 생활해 왔다. 기도하면서, 응답받고, 기회가 올 때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나이가 60세가 넘었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언제 행복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찬양할 때, 책읽을 때, 순두부 찌개를 먹을 때였던 것 같다”면서 일상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이번에 소소한 일상에서 찾은 그의 행복은 노래였다. 그래서 지난 4개월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애국가는 4절까지 금방이라도 완창할 수 있는데, 미국 국가는 부를 때마다 가사를 잊어버린다. 그래서 미국 국가가 만들어진 당시의 역사를 공부하고, 그것을 이미지로 만들어 연습했다. 10월 15일부터 하루에 10번 이상씩 연습을 했다. 내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반주 없이 불러야 해서 첫음 잡는 연습을 많이 했고, 오후 7시 그 시간에 맞춰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말해, 그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씨는 지난 14일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떨렸던 것 같지는 않고, 순간 다행히도 생각이 맑았다. 주변에서 기도와 응원을 해 주신 덕분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음악 교사였던 우광빈 선생님이 첫 시간에 말씀하셨던 “음악은 새로운 언어”라는 말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음악 선생님은 최씨의 음악적, 영적 기둥이 되어 주었고, 덕분에 아마추어로서 지금까지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 인천남성합창단에서도 잠시 활동을 했으며, 꾸준히 찬양활동도 해왔다. 하지만 최씨의 전공은 음악과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공학이었다. 그는 인하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 한국타이어 재료연구소에서 근무, 1977년에 도미해 뉴욕 브루클린에서 회사를 다녔다. 이후에도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2000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NYU 공과대학(폴리테크닉 대학)에서 고분자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뉴멕시코 임산물(forest products) 리서치 센터,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소속 헬스 사이언스 센터를 거쳐 콜로라도 레인보우 리서치 옵틱스에서 2015년까지 근무했다.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뉴라이프 교회 성가대 테너와 시무장로로서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터닝 포인트를 찾아 도전해 왔다. 오늘도 작은 도전을 찾아 행복을 담고 있을 그의 인생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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