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기고 채우는데 수년 걸릴듯

    “민주주의의 위대한 무기고(arsenal)가 되겠다”고 선언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평화의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2년이 다 돼가도록 러시아를 밀어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드러냈고,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과 태평양이라는 2개 전선에서 승리를 이끌며 막을 올렸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2개의 전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무기고는 바닥나고 예산도 동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전용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어버린 미국 무기고를 다시 채워 넣는 데 수년이 필요한 상태다. 제임스 헤커 미 공군사령관은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유럽의 공군 참모총장들과 만나 “미국과 동맹국들의 무기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낮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인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2개의 전쟁에 허덕이는 미국의 모습은 그동안 대규모 정규전 능력을 갖추는 데 안이했던 전략적 실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 및 테러세력 등과의 소규모 특수전에 집중하느라 정규전을 치를 수 있는 부대 운용 및 무기 보급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해군 함정이나 전투기, 폭격기의 재고가 부족함은 물론 보유 중인 무기들의 노후화도 심각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결론이다. 2개 전쟁을 치를 능력을 보이지 못하자 미국의 리더십도 휘청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을 줄이고 교전을 중지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14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의 2개 국가 해법도 거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팍스 아메리카나에 치명타를 가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0일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공격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으며 더 이상 미국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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