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해 노인 천만 시대를 맞았다.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저승까지 걸어가자’는 말이 나온 것도 건강 장수를 원하는 그들만의 바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1959년 전후로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제성장과 1980년대 대학 졸업정원제 효과 등으로 고학력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또,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 대통령직선제 등 문화 인프라와 정치적 자유가 폭발하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비록 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고령인구 즉 노인으로 분류되지만, 기존의 고령자들과는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현재 법적으로는 65세부터 노인으로 통칭할 수밖에 없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7월1일 기준으로 993만8235에 달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1051만3907명으로 예상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1천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특히 내년에는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게 확실시된다. 이는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지 약 7년 만이다. 참고로 고령사회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노인 시대는 콜로라도 주도 마찬가지이다. 지난주 주 의원들에 의해 작성된 최근 인구 자료에 따르면 콜로라도의 65세 이상 인구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인구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은 약 928,029명으로, 2035년까지 13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콜로라도 주 예상인구인 680만명의 20%에 해당되는 수치이며, 2060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18세 미만의 청소년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통계도 이어졌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계층은 70~74세(224,681명), 75~79세(129,810명), 80~84세(82,812명), 85세 이상(88,264명)이다. 주별 예측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2020년과 비교해 75세 이상 인구는 68% 증가하고 85세 이상 인구는 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 주의 노인 복지는 충분하지 못해 보인다.  

    콜로라도와 뉴멕시코 경계지역인 상 그레 데 크리스토 산 주변에 위치한 커스터 카운티의 주민 평균 나이는 59세이다. 콜로라도주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은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할머니가 남편의 암치료를 위해 꾸불꾸불한 비포장 산길을 2시간이나 운전해서 병원 치료를 하고 있다는 인터뷰가 공중파를 타면서, 콜로라도가 고령층에 대한 준비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기 좋고 교통체증도 없는 이런 곳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삶이다. 그러나 조용한 곳에서 얻는 평온함에 비해, 편의시설과 떨어져 있는 불편한 것들이 많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가야 하는 횟수도 점차 늘어난다. 그런데 이 동네의 길은 대부분 비포장도로로 남아있고, 휠체어 통행도 불가능해 보였다. 또, 이 동네에 의사는 단 한명, 때문에 긴급한 의료서비스 혜택은 불가능하다. 커스터 카운티 보건소에서는 한 달에 60~80명의 신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보통 3주안에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커스터카운티 노인들은 긴급한 뇌졸중 증상, 호흡장애, 신장투석, 방사선 치료 등을 위해 캐논시티, 푸에블로, 콜로라도스프링스 등의 의료시설을 찾아가야 한다. 더구나 최근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노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보건소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커스티 카운티의 고민은 주 전체고민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주 전체적으로, 음식 배달과 차량 서비스를 위한 대기자 명단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2천만 달러의 자금이 더 필요하지만, 주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로 인해 각 지역 정부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줄이는 추세로, 특히 아담스 카운티의 경우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올해부터 식사 배달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메트로 덴버에서는 3천명 이상의 노인들이 식사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진료를 받기 위한 차량 서비스도 턱없이 부족해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콜로라도 주는 아이다호와 알래스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성장한 주이다. 그러나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복지에 대한 예산과 인력,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콜로라도주 복지부는 덴버포스트가 고령화 대비를 묻는 질문에 "서비스에 공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고백했다. 올해 카운티별 노인 프로그램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정부는 기부금 500만 달러를 증액하는 법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뉴스를 접하면서, 한인사회의 노인케어 시설들에게 새삼 감사하다. 시설이 노인들로 인해 돈을 버는 것보다, 노인들이 받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비록 주 전체적인 노인복지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인사회는 노인케어 센터를 통하면 넉넉한 식사, 다양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관광, 문화생활, 라이드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다. 또, 집으로 온 영어 편지의 내용도 알려주고, 영어가 안되는 어르신들을 위해 병원 예약도 도와주면서 답답하고 외로운  노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노인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하지만 노인 시대를 위한 준비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잘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지금의 한국과 콜로라도 나아가 세계를 일구었다. 그들이 존엄성 있게 실버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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