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가 4일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세계에서 최초로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 끝에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엔 양원 전체 의원 925명 가운데 902명이 참석했으며, 개헌에 반대했던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 등 50명은 기권했다. 양원 합동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유효표(852표)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날 찬성표는 의결 정족수인 512명보다 훨씬 많았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헌법에 명문화된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허용되고 있어 이번 개헌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바뀌는 조치는 없다.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의 자부심,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하고,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공개적으로 열어 축하하겠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엑스에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역사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며 "이는 시몬 베이유와 그 길을 닦은 모든 이들의 두 번째 승리"라고 말했다. 시몬 베이유는 1975년 프랑스에서 첫 낙태 합법화를 주도한 당시 보건 장관이자 여권 운동가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 하원 의장 역시 엑스에 "프랑스에서 낙태는 영원히 권리가 될 것"이라며 "이 강력한 행위를 통해 프랑스는 당파적 분열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 헌법을 넘어 "유럽 헌장에 이 내용이 명시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해 되돌릴 수 없는 권리로 만들기로 추진했다. 마크롱 정부는 결국 직접 개헌을 주도하기로 하고 '낙태할 자유 보장'이라는 절충 문구로 개헌안을 발의해 상·하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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