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자주 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목사님께서 새 교회에 부임하셨다고 합니다. 이 목사님은 부임하시는 첫 주일, 노숙자 모습을 하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교회 밖에서 여러 교인들을 마주쳤지만 그 누구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서 맨 앞 줄에 앉자 안내위원이 와서 맨 뒤 줄로 인도했습니다. 서로 인사 나누는 시간에도 먼저 와서 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없었고 많은 사람들은 노숙자가 교회에 들어와 있는 모습을 보며 언짢아했습니다. 광고 시간이 되었고 사회자가 이번 주부터 우리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을 환영하겠다고 하자 이 노숙자 모습이었던 목사님은 단상 위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님은 마태복음 25장의 말씀을 읽으셨습니다.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에 들어가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 그들도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헐벗으신 것이나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공양하지 아니하더이까 이에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리니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 25:41-46, 새번역).

    목사님은 이 말씀을 읽으신 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고 회중을 보내셨습니다. “오늘 여기에는 교회가 모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끗하고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자들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지극히 작은 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교회가 될 수 없고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얻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 여러분들 마음속에는 어떠한 생각이 듭니까? 우리가 스스로 정직하다면 이 이야기가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두려움과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낮은 자들, 즉 노숙자들, 병자들, 옥에 갇힌 자들, 등등을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스턴에서 신대원을 다니고 있을 때에 저희 교회에 노숙자 한 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선배의 부탁으로 이 노숙자를 제 차에 태우고 가야 했습니다.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해야지 라고 아무리 다짐하더라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먼저 이분이 며칠 동안 씻지를 못했으니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불과 20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모셔다 드렸지만 창문을 열고 숨을 참아가며 겨우 모셔다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앉은 곳에는 냄새가 배 한참 동안 카시트를 세탁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한다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불쾌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게 현실인데 어떻게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극히 작은 자들을 섬길 수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 노숙자들, 병자들 등등을 먼저 섬기려고 한다면 우리는 쉽게 실패할 것입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전할 수 있는 사랑과 행복을 전하면 되는 것입니다. 따듯한 말 한마디, 도움이 되는 행동 하나, 심지어는 작은 미소 하나가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귀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지금 한국에서 안식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다들 너무 바쁘게, 여유 없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내가 베푼 배려의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릅니다. 유모차를 끌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오시려고 하는 어머니를 위해 백화점 문을 잡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어떻게 할지 모르시더군요. 먼저 들어 오시라고 하고 저는 그다음에 그 문을 나갔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배려가 그 어머니께는 따듯한 체험이 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때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합니다. 그냥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과 언어 하나가 많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잡아드린 문, 내가 전한 미소, 내가 말한 한마디의 감사의 말 등이 한 사람의 하루를, 아니 한 순간을 즐겁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주를 기쁘시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십시오. 오늘, 지금 나의 격려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나의 카톡 메시지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따듯한 커피 한잔 대접해야 하는 대상은 누구입니까? 작은 실천을 통하여 주님을 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교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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