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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전쟁 영웅 계백, 사실은 '이상한 사람'?
2012년 01월 12일 (목) 13:40:54 weeklyfocus weeklyfocus@focuscolorado.net

   
 김부식의 <삼국 사기> ‘계백 열전’에 의해 '백제 최후의 영웅'으로 등극한 계백 장군. 자기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우다 죽은 계백은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백 열전'에서 부자연스러움을 감지할 수 있다.  후세에 두고두고 '계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삼국사기> '계백 열전'. 그런 신드롬의 진원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백 열전'은 너무나도 단출하기 그지없다. 글자가 고작 159자에 불과하다. 한글로 번역해도 350자 내외밖에 안 된다. A4 용지의 4분의 1도 안 되는 분량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황산벌 전투 이전에 계백은 단 한 번도 전쟁을 지휘한 적이 없었다. 전쟁에 참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전쟁을 지휘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계백 열전'이 단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능한 의자왕'과 대비시킬 목적으로 '유능한 계백 장군'의 이미지를 설정한 김부식의 입장에서도, 계백에 관해서는 딱히 쓸 것이 없었다.   '계백 열전'은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계백이 적은 병력으로 신라 대군에 맞서 죽도록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었다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출정 전에 계백이 멸망 가능성을 직감하고 자기 가족부터 몰살했다는 이야기다.

  두 가지 에피소드는, 나라의 멸망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사(私)를 챙기지 않고 오로지 공(公)을 위해 헌신한 계백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사실을 고려해보면, 계백이 출정 전에 가족부터 몰살했다는 이야기는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팩트 1> 출정 전의 백제 조정
계백을 파견하기 직전에, 백제 조정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백제 조정은 기벌포와 탄현을 그냥 내주고 적을 깊숙이 끌어들인 뒤 일망타진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작전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 시점에서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무엇보다도, 침공한 적을 깊숙이 끌어들여 한 방에 끝내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은, 백제군이 그만한 역량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백제 조정이 자신감 넘치는 상태에서 계백은 출전 명령을 받았다. 그런 계백이 과연 멸망 가능성을 예감하고 가족부터 몰살하려 했을까. 출정 직전의 전략회의에서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계백도 여타 지휘관들처럼 상황을 낙관적으로 인식했을 것이 아닌가.

 <팩트 2> 지휘관의 자세
지휘관은 낙관적이어야 한다. 병사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지라도, 일단은 "저 산만 넘으면 승리할 수 있으니, 나를 따르라!"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출정도 하기 전에,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올바른 지휘관의 덕목이 아닐 것이다.
 '계백 열전' 속의 계백은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같았다. 출정 전에 계백은 군사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탄식한 뒤에 아내와 자녀들을 몰살했다.

  "일국 백성의 힘으로 당나라와 신라의 대군을 상대한다면, 나라의 존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내 집사람과 자식은 노비가 될 터이니, 살아서 욕을 보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일 목적으로 자기 가족부터 죽이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병사들의 머릿속에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말끔히 제거해주기에 충분하다. 전쟁 막판에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기왕 죽을 바에는 멋지게 죽자!"고 독려하는 지휘관은 있어도, 승리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아직 전쟁도 시작하지 않은 마당에 이렇게 부하들의 사기를 말끔하게 꺾어놓는 지휘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백제 조정이 자신만만하게 전쟁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현장 지휘관인 계백이 암울한 분위기를 전파했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다.

 <팩트 3> 신라군의 전력
 백제 지도부가 승리 가능성을 점쳤을지라도 계백에게 '달랑' 5천 명만 주니까 계백이 죽음을 예감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신라군은 5만이고 계백 부대는 5천이니 계백이 비장한 기분에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제는 병력이 부족해서 5천 명만 준 게 아니다. 신라군 5만 속에는 전투 경험이 없는 화랑과 낭도 등 비전투 병력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숫자만 많았을 뿐, 처음부터 백제 정예군 5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계백 열전'에 따르면, 백제군은 4차례의 회전(回戰)에서 4연승을 거두었다. 마지막 5회전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하고 역전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이 어린 화랑인 반굴과 관창이 영웅적 최후를 맞이하자, 이를 보고 분노와 용기가 치솟은 신라군이 갑자기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고, 뜻밖의 상황 앞에서 백제군이 당황하는 바람에 상황이 일거에 뒤집힌 것이다. 신라군의 승리는 '반굴, 관창 효과'가 낳은 우연의 결과였다.

  이런 점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계백이 '돌아이'나 천재가 아닌 정상적인 지휘관이었다면, 계백 역시 출정 전에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기 가족을 몰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계백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느 유능한 소설가'의 명작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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