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성생활을 몹시 중시한다. 그러나 부부끼리는 최악의 섹스리스인 경우가 많다. 필자의 연구소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EBS와 ‘2012년 한국 부부들의 성생활’을 62개 항목에 걸쳐 조사한 결과다. 1246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성인 남녀는 대부분(91.4%) 성생활이 삶과 인간관계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성생활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8.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는 설문 결과는 한국 부부들의 성문제를 그대로 대변한다.

과거 다국적 연구(GSSAB, 2004년)에서도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성생활을 더 중시하는 편에 속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장 큰 이유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파트너와의 친밀감 및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생활의 교과서적 의미를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성은 결혼이 개입되면 확연히 달라진다. 이번 연구서에서도 기혼 부부의 섹스리스 빈도는 30%에 육박하는데, 이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게 소중하다고 여기는 성생활이 왜 결혼한 부부 사이엔 소원한 일이 된 것일까. 필자는 이 아이러니한 현상의 이유를 과거 유교적·가부장적 문화와 경쟁 중심의 사회문화에 얽힌 친밀관계 형성 능력의 부족,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 그리고 성매매와 외도에 관대한 문화 때문으로 본다.

특히 연구에서는 남성들이 성행위에서 단순히 쾌락에만 집착하고, 부부간 적절한 성생활의 다양성을 잘 찾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또한 성장과정의 또래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경험과 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기혼 남녀의 섹스리스가 평균 30%나 됐지만, 실제 남녀가 각각 섹스리스라 답한 비율은 여성이 10% 높았다. 즉 10%의 기혼남은 누군가 다른 섹스 상대가 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 주목하여 성매매에 대한 개념 분석도 실시한 결과, 기혼남에게 물었더니 그중 36.3%가 성매매와 같은 정크섹스를 외도라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성매매를 외도라 여기지 않는 남성은 35.1%가 성관계를 쾌락 목적으로만 중시한 반면, 성매매도 외도라 여기는 남성은 18.6%만이 쾌락을 중시했으며 친밀감의 확인이 성관계의 목적이라 답하는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이런 차이는 정크섹스에 관대한 남성일수록 쾌락 위주의 성관계를 두 배나 중시하고, 배우자와의 안정된 성관계가 가져다주는 친밀감과 유대감의 소중한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많은 부부가 성생활이 소원해지면 포기하고 산다는 점이다. 그저 사랑이 식었다고만 여기면서,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부끼리도 시간을 갖고 서로의 감정을 읽고 그래도 안 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부부 사이가 개선될 수 있다. 부부의 관계는 엄연히 성생활을 포함한 인간관계여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오누이 같은, 친구 같기만 한 부부 사이는 결국엔 위기를 맞게 될 위험성이 크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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