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끊임없이 고뇌하며, 근심하며,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해답을 찾지 못한 인간 실존의 철학적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번민하고 고뇌하며 살아갑니다. 일어 날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앞에 놓고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과 염려 속에 파묻혀 삽니다. 또한 이미 일어나 버린 어찌할 수 없는 사건들 중심 속에서 두려움과 때로는 극한 공포심에 사로 잡혀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평강을 빼앗아 가는 고뇌와 근심과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요?

* 고뇌에 대하여
히말라야 근처에 위대한 성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위대한 스승 밑에 젊고 똑똑한 제자가 생겼습니다. 젊은 제자는 간절하게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하고 그때마다 스승은 “그래 내가 가르쳐 주마.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세월이 흘러 1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어느 날 스승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제자를 데리고 숲속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너에게 고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내 뒤를 따르라” 하시고는 정신없이 숲 속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스승은 큰 아름드리 나무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는 나무에 매달린 스승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나무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무가 스승을 놓아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도리어 나무를 잡고 놓지 않고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나무가 스승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이 나무를 잡고 놓지 않는  것이니 나무를 잡은 손을 놓으라고 하니 스승은 마지못해 나무를 놓으면서 “제자야 바로 이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란다” 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이 때 제자는 고뇌에서 벗어나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 근심에 대하여
소설가 이외수씨가 쓴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라는 산문집에 나오는 근심에 대한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 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 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 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 두려움에 대하여
어느 공항에서 이제 막 뉴욕 행 비행기가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가 비행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비행기 창밖 공항은 시커멓게 모여든 먹구름으로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얼마 후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가 금방이라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또 한 번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자 기내의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여 웅성거리며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 때였습니다. 조종사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승객 여러분!”
조종사의 음성은 의외로 침착했습니다. “이 공항 상공에 폭풍의 중심이 있습니다. 이런 기상 조건으로는 이륙이 불가능하니 중심이 이동 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지만 조종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번 비행기가 세게 흔들렸고 창문을 때리는 비바람도 더욱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천둥과 번개까지 합세하여 천지를 뒤흔들었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두려움에 얼굴빛이 변하여 술렁거렸지만 조종사는 아무런 동요가 없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 급히 뉴욕에 가셔야 할 분이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히 계십시오. 그리고 저희는 비행기가 바람을 덜 받도록 비행기 기체를 돌리려고 하니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승객들은 조종사의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에 다소 진정이 되는 듯 했습니다. 잠시 후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어떠한 폭풍우라도 반드시 멎게 마련입니다! 오늘도 끊임없는 고뇌와 근심과 두려움을 만나며 험난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인생들에게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놀라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아뢰라.”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주는 평안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은 평안이다.” 오늘도 평강의 축복을 받아 누리며 사시기 바랍니다. <삼성장로교회 이동훈 담임목사>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