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무엇인가 배우려는 자세로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반대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답답하다. 불혹이 가까워 오면서 느끼는 것은, 나보다 곱절의 인생을 사신 분들은 어린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을 의지하면서 나이든 사람의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사고의 유연함에서 온다. 세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또 교육의 현장에 있으면서 가르치려고만 했지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생각은 별로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위대한 가르침을 주는 두 소년을 만났다.
 ‘18분의 기적’을 만들고 있는 테드(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변화를 이야기 한다.  2009년 테드 무대에는 영어를 잘 못하는 윌리엄 캄쿠완바라는 19세 아프리카 소년이 무대에 섰다. 윌리엄은 긴장하고 겁먹은 모습으로 테드 대표가 하는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이 소년은 풍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미 인류는 1300년 전부터 풍차를 만들어 사용해 오고 있는데,  2009년에 풍차를 만들었다는 게 뭐 대단한 일인가?
 윌리엄이 태어난 동아프리카의 말라위는 늘 가뭄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다. 하루 임금이 1달러인 나라. 윌리엄은 1년에 9달러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 가뭄 때문에 온 식구가 하루 한 끼로 연명하고 있었다. 14세 소년 윌리엄은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던 중에 책 속에 있던 풍차를 발견한다. 풍차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윌리엄은, 영어 단어 하나 하나를 찾아가면 책 속에서 풍차를 만들 방법을 터득해 간다. 멀리는 5Km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다니며 윌리엄은 쓰레기장을 뒤지며 플라스틱 파이프, 자전거 부품, 프로펠러, 자동차 배터리, 유카리 나무 등을 이용해 풍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가족들도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며 비웃었다. 비웃음 속에서 소년은 4년 만에 풍차를 완성했다. 그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마을의 가뭄을 해결했으며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7년간 5대의 풍차를 만들었다. 풍차를 통해전기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라디오를 듣고, TV를 보게 되었다. 그는 지역 학교에서 풍차 만들기를 가르치고 그 교정에 풍차 1대를 설치했다.  그가 밝힌 것은 어둠 속의 전구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희망의 불을 켠 것이다.
 테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에도 테드엑스가 시작되었다. 올해 봄, TED@Seoul에서는 한 중학생이 무대에 섰다. 15세의 장동우 학생은 ‘Bowtopia’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대나무를 휘게 하려다 불을 내고, 머리카락이 탔다. 전통활을 만들어 무대에서 직접 과녁을 맞추는 것도 청중에게 보여주었다. 동우는 활을 만들면서, 활의 성질에서 배워야할 덕목을 찾아냈다. “제가 꿈꾸는 최고의 세상은 활의 섬유질들처럼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강한 것은 유연해져야 하고, 약한 것은 탄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년들은 어른들에게 가르쳐 준다. 희망은 늘 존재하고 있다고. 노력하는 자가 그 꿈을 실현시키며, 비웃음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사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말이다. 아이들이 말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무엇이 되라고 종용하기 보다, 무엇이 될 것인지 말해 보라고 하기 보다, ‘네가 생각하는 세상’은 무엇인지 혹은 ‘너의 지금 생각은 무엇인지’ 물어 볼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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