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먹음직스러운 만찬

세월이 참 빠르다. 지난주에 끝난 대선을 비롯해, 콜로라도를 휩쓴 산불, 오로라 극장 총기 난사 사건, 충격적인 12살 제시카 토막살인사건, 가뭄, 실업과 불경기 등 2012년은 우울한 뉴스로 가득 찬 채 빠른 속도로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어김없이 돌아오는 추수감사절은 우리에게 한번쯤은 달리는 것을 멈추고 내가 받은 것을 나누며 감사하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있다.
 지난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인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11월에 추수를 마치고 3일간의 축제를 연 데서 유래한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추석처럼 풍성함이 가득한 미국 최대의 명절이다. 청교도들은 자신들에게 경작법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을 초대, 야생 칠면조를 잡아 나눠먹었는데 이후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매년 추수감사절이면 5000만마리의 칠면조가 미국에서 요리되며, 주부들이 1년 중 가장 오랫동안 요리에 시간을 할애하는 날이기도 하다. 칠면조 요리 외에도 추수감사절에 함께 먹는 요리는 으깬 감자(mashed potoato),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 그레이비(gravy), 스터핑(stuffing), 그린빈 캐서롤(green bean casserole), 옥수수빵(corn bread), 디저트로는 호박 파이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귀찮고 손이 많이 간다는 핑계로 추수감사절 요리를 인근 그로서리 매장에서 주문해 먹어왔더라도 올해만큼은 큰 맘 먹고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터키에 화려한 추수감사절 요리까지 갖춘 ‘정식’ 디너로 솜씨발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추수감사절의 꽃 칠면조 요리 레시피>
많은 한인들은 칠면조 고기가 ‘질기고 아무런 맛도 없어 마치 톱밥을 씹는 것 같다. 입맛이 안 맞아 못 먹겠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하지만 칠면조를 하루 전부터 준비해 숙성시켜 놓으면 연하고도 삼삼하게 간이 잘 밴 고기맛을 볼 수 있다. 

추 수감사절 하루 전 미리 준비 해 놓은 터키를 2.5갤런의 물 소금 2컵 설탕 2컵을 넣어 잘 섞은 것에 푹 담궈 냉장고에 넣고 4~5시간 숙성을 시킨다. 당일에는 물에서 빼 놓은 터키를 페이퍼 타올 등으로 두드려 닦은 후 실온에서 2시간 이상 그대로 둬야 한다. 그래야 터키 겉과 속의 온도가 일정해져 오븐에 넣었을 때 레시피대로 정확히 온도와 시간을 맞춰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이 지나면 로스팅 팬을 준비해 터키에 버터 소금 후추 등을 발라 잘 문지른 뒤 2컵의 레드 와인과 함께 얹는다. 45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25분 가량 구워 노릇한 빛깔이 되면 325도로 낮춰 2~3시간 더 굽는다. 오븐용 온도계를 터키 안까지 깊숙이 넣어 봐 170도가 되면 굽기를 멈춘다. 실온에서 20분 가량 식혔다가 잘라서 먹으면 된다. 

터 키 스터핑도 하루 전부터 마련해 놓으면 좋다. 버터 4온스, 잘 썰어 놓은 양파 2컵, 샐러리 1컵, 마늘 1큰술, 세이지 2작은술에 소금, 후추를 약간만 섞어 스토브에서 적당히 익힌 후 먹기 좋게 자른 화이트 브레드 10컵과 섞어 325도 오븐에서 20~30분 간 익혀 준비한다.
당일에는 준비해 놓은 재료에 치킨 브로스 2컵 잘 썰은 사과 1개 호두 1컵 건포도 1/2 컵을 섞은 후 다시 한번 325도 오븐에서 바삭해질 정도로 구워주면 된다. 터키를 구울 때 스터핑을 뱃속에 미리  넣어두면 스터핑에 터키 육수가 스며들어 더욱 풍미가 깊어진다.

또 한가지 터키 맛에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그레이비. 터키 목 3개에 양파 3컵, 샐러리 1컵, 당근 1컵 분량을 넣어 푹 삶은 터키 국물 4컵에 타임 허브 1작은술, 오레가노 1작은술, 밀가루 1컵, 버터 4온스를 섞어 준다. 먹기 직전 소금, 후추를 약간만 섞어 내면 촉촉하고도 맛깔난 그레이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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