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그는 왼손잡이다.

‘괴물’ 왼손 투수 류현진.

왼손잡이 과학자 아이작 뉴턴

왼손잡이 정치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본인이 왼손잡이는 아닐지라도 살면서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쏠쏠히 보인다. 종류도 다양하다. 왼손만을 이용하는 사람,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할 때만 오른손을 쓰는 사람…. 심지어는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이용해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왼손잡이의 정의는 애매하다. 국어사전에는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사람. 또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양손을 쓰더라도 왼손을 더 잘 쓰면 왼손잡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왼손잡이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은’으로 통하며,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을 가진 단어 ‘lyft’에서 파생됐다. 우리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쪽을 비하하는 말은 없지만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실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어느 방향을 ‘옳다고’ 생각할까. 훌리오 산티아고 데 토레스 스페인 그라나다대 교수와 다니엘 카사산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좋아하는 동물은 착한 이미지로, 싫어하는 동물은 나쁜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얼룩말을 좋아한다면 착한 동물, 판다를 싫어한다면 나쁜 동물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이다. 그 뒤 착한 동물과 나쁜 동물을 종이에 그리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왼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왼쪽에,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그렸다.

이에 대해 산티아고 교수는 태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학습한 결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왼손잡이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잘못된 것’과 마주친다. 가위,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 사례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왼손잡이 아이들은 글씨를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기도 한다. 악기를 다루려해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악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히 왼손잡이들은 자신과 맞지 않은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따라서 오른쪽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왼손잡이는 정말로 천재 ‘후보’인가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왼손잡이의 불편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부모가 왼손잡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왼손잡이는 약 11%, 열 명 중 한 명만이 왼손잡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오른손만을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 인간뿐이다.1) 심지어 50만~60만 년 전에도 인류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였다.
최근에는 훌륭한 사람, 천재, 영재 등 어쨌든 ‘난 사람’ 중에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며 왼손잡이가 더 좋다는 생각이 대세로 보인다. 왼손잡이로 거론되는 위인들을 찾아보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알렉산더, 나폴레옹, 시저, 베토벤, 뉴턴…. 이름만 들어도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최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왼손잡이라고 한다.

 

왼손잡이가 두뇌발달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유리하다는 가설을 살펴보면 그럴싸하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성향과 결합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몸의 생각과 행동을 관할하는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눠진다.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언어성 지능과,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이 양쪽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해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지능과 별개로 몸 각 부위를 제어하는 것 역시 대뇌의 역할이다. 좌뇌는 몸의 오른쪽을, 우뇌는 몸의 왼쪽을 제어한다. 즉 왼손잡이는 우뇌를 많이 사용하므로 이를 발달시켜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논리다.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는 왼손을 써서 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미술 능력도 함께 발달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운동선수들은 왼손잡이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왼손투수 ‘괴물 류현진’도 그 대표다. 야구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좌타자를 선호한다. 왼쪽 타석이 1루와 가까운데다, 오른손잡이 투수가 많은 만큼 던져오는 공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투수가 된다면 확률적으로 이런 타자들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왼손잡이기 때문에 발달하는 운동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변 상황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12년 12월 12일 복싱 여자 국가대표 선발 결승전에 진출한 연예인 출신 복서 이시영 역시 왼손잡이인 점을 내세워 계속 승리했다.

그러나 왼손을 많이 쓰는 것이 예술성이나 신체 능력을 올리고 지능을 높인다고 설명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해에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었다. 마이크 니콜스 호주플린더스대 교수는 5살 난 호주 어린이 5000명의 학교 생활을 관찰한 결과 집단 전체 평균만으로 비교하면 왼손잡이 어린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수행능력이 못하다는 통계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른다. 왼손잡이를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 유전자 역시 왼손잡이를 만드는 수많은 후보일 뿐이다. 특정 손을 많이 써서 두뇌가 발달한다고 믿는 것은 사람의 발전가능성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물론 오른손잡이가 많은 만큼 오른손을 많이 쓰는 것이 세상 살기엔 좀 더 편할 것이다. 과연 왼손과 오른손, 어떤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좋을까.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주석
1동물도 오른손잡이, 왼손잡이가 있나오른손을 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인간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은 어떨까. 클룸 브라운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 박사는 42마리의 애완용 고양이를 관찰해 고양이의 왼발·오른발 성향을 밝혀냈다. 재미있게도 암컷은 오른발을, 수컷은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개도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암수가 자주 사용하는 발이 달랐다. 그렇다면 중성화한 동물은 어떨까. 브라운 박사는 “난소를 제거해 중성화한 암캐는 오른발과 왼발을 사용할 때 특별한 발을 자주 쓰진 않았다”며 “개나 고양이는 성 호르몬이 사용하는 발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들도 인간처럼 한쪽으로 완전히 편향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오른손잡이·왼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앵무새〔수학모델을 이용해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를 설명한 다니엘 아브라함 교수도 앵무새를 실험에 이용했다〕는 암수 상관없이 자신이 더 편한 발을 자주 사용했다. 물고기는 천적이 가까이 접근했을 때 오른눈잡이는 시계방향으로, 왼눈잡이는 반시계방향으로 달아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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